신차에 숨은 마케팅 전략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 시장에서 누리던 독점적 지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수입차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서다. 2009년 80%에 달했던 현대차ㆍ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현재 70%를 밑돌고 있다. 현대차ㆍ기아차가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기존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ㆍ대량생산ㆍ판매에 따른 대중적인 마케팅)’보다 정교한 ‘고객 타기팅’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하다. 고객의 특성과 선호도를 세분화해 제품을 매치해야 한다는 거다.
현대차 역시 ‘고객군을 쪼개 팔겠다’는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20~30대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에 독특한 디자인을 입힌 ‘PYL(Premium Younique Lifestyle)’ 라인업을 제공하고, 유러피안 스타일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i시리즈’를 선사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캠핑문화 확산에 따라 ‘맥스크루즈(싼타페보다 더 큰 모델)’를 선보이고, 자신들의 라인업 중 4000만원대 모델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아슬란’을 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은 ‘수입 모델의 한국화’ 전략으로 국내 고객을 유혹할 방침이다. 이미 이 전략으로 ‘QM3’를 출시해 성과를 냈다. QM3는 모회사인 르노그룹의 스페인공장에서 생산, 수입하는 차량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BMW, 폭스바겐 등의 수입차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디자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패밀리룩도 적용했다. 쌍용차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쌍용차가 최근 출시한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티볼리’의 가격은 1635만~2375만원이다. 경쟁 모델보다 조금 싸다. 판매가 잘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국내 생산 5개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은 이처럼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으로 수입차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수입차의 한국화’로 수입차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필자가 소비자들에게 5개사의 마케팅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명확한 타기팅 전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동력성능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하며 그 변화를 홍보하는 마케팅이 주효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현대차 ‘LF쏘나타 터보’의 광고를 보면 기존 광고와는 다르게 성능을 강조한다. 과거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것보다 평가도 좋다. 소비자는 추상적인 이미지보다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상품 정보를 더 필요로 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팀장 coolbong@hi-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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