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신차 살펴보니…

2012년 신차엔 ‘크고 비싼 차’를 원하는 사회적 열망이 반영됐다. 고유가가 지속된 2013년엔 연비를 대폭 낮춘 ‘엔진 다운사이징’이 신차에 반영됐다. 작은 레저가 유행처럼 번진 2014년엔 SUV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신차엔 ‘경제 트렌드’가 숨어 있다. 연도별 신차 콘셉트를 살펴봤다.

▲ 신차 출시로 자동차 시장의 유행이 바뀌고 있다.[사진=뉴시스]

2012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신차 키워드는 ‘상징성’이다. 다양한 디젤 신차를 예고한 수입차와는 달리 국내 자동차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2012년 당시에는 ‘크고 비싼 차’를 원하는 사회적인 열망이 있었다”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상징성이 큰 이미지 리딩카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K9’이 대표적이다. 과거 ‘오피러스’가 맡고 있던 대형 세단 자리를 대체할 모델로 출시됐다. 전자통신을 통해 변속을 제어하는 전자식 변속 레버, 전면 유리에 주행 정보를 표시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국산차에 최초로 적용됐다. 수입 디젤 세단과의 연비 경쟁 대신 최신 기술을 도입, 고급화를 꾀한 것이다. 현대차의 대표 SUV ‘싼타페’는 7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이 나왔다. 외관이 넓어졌고, 스마트폰으로 원격조정이 가능한 블루링크 시스템 등 고급 편의기능이 추가됐다.

르노삼성은 ‘뉴 SM5 플래티넘’을 선보였다. SM5는 르노삼성에게 의미가 크다. 1998년 3월 삼성자동차가 자동차 사업 진출 3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뉴 SM5 플래티넘은 SM5 3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기존 모델보다 연비와 성능이 강화됐고 가격도 40만원가량 올랐다.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던 2013년은 연비 경쟁의 해였다. 엔진 다운사이징이 주목을 받았다. 다운사이징은 같은 차체에 배기량 크기를 줄인 엔진을 탑재해 동력 성능과 연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르노삼성은 중형 세단을 다운사이징한 ‘SM5 TCE’를 출시했다. 국산차 중 최초였다. 1.6L 직분사 엔진으로 배기량은 줄이고, 터보차저 인터쿨러를 장착해 성능을 높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연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GM은 ‘스파크EV’를 출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4년에는 SUV가 주목 받았다. 특히 2000㏄급 이하의 소형 SUV 열풍이 거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용도가 바뀌고 있다”며 “과거엔 출퇴근을 목적으로 차를 구입했지만 2014년부터는 레저를 목적으로 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형 SUV시장은 한국GM의 ‘트랙스’가 포문을 연 뒤 르노삼성의 ‘QM3’가 시장을 선도했다. QM3는 18.5㎞/L의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또한 90마력, 22.4㎏·m의 준중형급과 맞먹는 출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유가 하락에도 연비 경쟁은 계속 이어졌다. 현대차는 베스트셀링 카인 ‘LF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한국GM은 자사 대표 세단인 ‘말리부’에 디젤을 얹었다. 르노삼성 역시 SM5의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수입차 업계가 불을 붙인 디젤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와 같은 완성차 업계는 지금까지 중소형차 비중을 늘려 평균 연비를 올려왔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엔진 효율과 경량화를 바탕으로 디젤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비중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도 SUV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열풍을 이끌고 있는 건 쌍용차의 소형 SUV ‘티볼리’다. 현대차는 ‘올 뉴 투싼’으로 맞불을 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SUV 열풍은 레저 활동의 증가와 유가 안정 등에 힘입어 올해는 물론 적어도 201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같은 다양한 친환경차도 출시된다. 자동차 환경 규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LF쏘나타 PHEV, 기아차는 K5 PHEV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 교수는 “위축된 소비심리로 완성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차 출시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며 “신차가 시장의 유행을 선도하는 새바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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