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배의 音樂別曲

▲ 최고의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이 있을 뿐이다.[사진=뉴시스]

음악에 순위를 매기는 오디션 프로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심사위원의 찬사를 받은 곡은 음악 사이트 1위를 차지하고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심사위원의 평가도 주관적인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최고’ ‘1등’이라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휴대전화나 전자제품 등에서는 ‘세계최초’ ‘세계최고’라는 단어가 붙은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분야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소비자가 보기에는 같은 모델의 자동차인데 프리미엄ㆍ최고급형ㆍ리미티드 에디션ㆍ디럭스 등으로 등급을 나눠 팔고 있다. 최고란 단어를 붙이지 않고서는 장사가 안 되는 세상인 듯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각종 음악방송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 음악인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의 음악이 최고의 음악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용어가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수식어구로 포장하고 있지만 어떤 단어가 더 우위에 있는지 알 길이 없어서다. 사실 최고를 지칭하는 단어의 뜻도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최고가 되고 싶고 최고의 제품을 사용하길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서다. 하지만 최고라는 것이 있을까. 특히 음악 분야에서 최고가 존재하고 최고의 음악만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최고는 누가 정할 수 있는지 음악이라는 것이 객관적일 수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라는 얘기다.

오래전부터 음악에 등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대중이 많이 듣고 많이 구매하는 음악이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며 ‘1등’ 혹은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래도 이런 평가는 순전히 대중의 의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다르다. 뮤지션을 앞에 세워 놓고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점을 독설로 표현한다. 음악에 좋은 느낌이 들었던 대중도 이런 독설을 듣고 나면 왠지 그 음악이 다르게 느껴진다. 때로는 ‘내가 무식해서 그런가’라는 자책을 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의견이나 감정에 집중하기보다 평론가나 언론의 평가에 휩쓸려 간다는 얘기다. 그 결과, 언젠가부터 대중은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이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조사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영화의 평점을 조사해 좋은 평점을 받으면 보고 아니면 다른 영화를 찾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평점이 당신을 항상 만족시키는 건 아닐 게다. 오히려 평점이 낮은 영화에서 재미를 느낀 경험이 많을 것이다. 시간 낭비와 선택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신의 판단보다 남의 의견을 더 존중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나 최고라고 얘기할 수 있는 음악과 대중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에게 최고일 수는 있지만 이 세상에서 최고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권위 있는 음악상인 그래미상을 받았던 음악이라도 내 취향에 맞지 않으면 듣기 어렵다.

자신의 좋아하는 음악을 최고로 여기며 모든 사람이 함께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음악을 그런 음악으로만 채우려는 것은 욕심이라는 얘기다. 필자는 재즈음악을 좋아하고 더 많은 사람이 이 음악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중은 재즈음악을 지루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필자의 음악이 시원치 않은 것 같아 재즈를 사랑해주는 대중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재즈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스스로 선택해 듣고 즐기면 그만이다.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없듯이 세상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참가자의 음악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일 뿐이다. 음악을 즐기는 당신도 심사위원이 될 필요가 있다. 본인이 즐길 음악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 세상에 최고의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이 있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에게 ‘최고’의 음악이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jazzinb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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