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소리없는 아우성

▲ 코너 우드먼 | 지음 갤리온 펴냄
쇼핑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저자는 커피를 홀짝이다 커피 잔에 새겨진 메시지를 본다.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부사망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줍니다.’ 그 옆에는 공정 거래 인증 표시가 있다. 의식 있는 소비자로 자부하는 저자는 윤리적 소비를 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내가 이 커피를 사 먹는다고 정말 우간다 부사망가 주민들이 잘살게 될까?” 직접 가서 확인하기 전에는 알 길이 없다. 저자는 이런 공정거래가 실제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레드 랍스터 컴퍼니’는 바닷가재 요리를 취급하는 대형 체인 음식점이다. 바닷가재는 중앙아메리카 중부에 위치한 니카라과에서 수입한다. 회사는 모든 메뉴판에 윤리적인 자격 요건을 갖춘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이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그것은 니카라과 주민들이 바닷가재를 어떻게 잡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니카라과 청년들은 바닷가재를 잡기위해 안정 장비 없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목숨을 걸고 다이빙을 한다. 이 때문에 불구가 되거나 죽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목숨 걸 만큼 큰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바닷가재는 ‘윤리적’이라고 자부하는 미국 기업 메뉴에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저자는 중국에서도 자본주의의 심각성을 발견한다. 중국의 거대 공장 ‘폭스콘’에서 한달 사이 직원 16명이 투신자살했다. 폭스콘은 애플ㆍ노키아ㆍ소니ㆍ마이크로소프트 등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 제품을 생산한다. 아이패드를 독점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애플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 때문에 폭스콘이 이익을 내려면 제품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직원들은 초과 근무를 일삼으며 로봇처럼 살다가 창밖으로 몸을 던진다.

영국의 공정 무역 재단은 저개발국 농부들과 공정 거래를 하는 기업의 제품에 인증 로고를 붙여주고 기업으로부터 로고 사용료를 받는다. 농부들에게 쓰일 사회발전기금도 함께 받는다. 그러나 과연 사회발전기금이 정말 농부들에게 돌아갈까? 아니다. 공정 무역 행정비와 브랜드의 캠페인ㆍ홍보비로 나간다. 도대체 누굴 위한 사업일까.

저자가 여행을 마치며 깨달은 건 윤리적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다. ‘윤리적 상품’이 트렌드인 지금 윤리적인 자격을 갖춘 대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대기업은 스스로 착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소비자가 대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힘써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대기업의 비윤리적 행위에서 비롯되는 폐해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는 거다.
박지원 더스쿠프 인턴기자 jw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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