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실적의 비밀

IT제조업체의 실적엔 징크스가 있다. 1분기 실적이 좋으면 연말이 따뜻하다는 거다. 삼성전자 역시 다르지 않다. 1분기 성적표가 좋으면 연말에도 뒷심을 발휘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1.5%나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말, 따뜻할 가능성이 커졌다.

▲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호실적이 연간 실적의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휴대전화 업체의 연간 실적을 추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1분기 실적을 보면 대략 답이 나온다. 1분기가 IT부문의 계절적 비수기라서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1분기는 연간 실적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삼성전자는 1분기에 기초 체력을 쌓아 2분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매출 규모를 늘려왔다”며 “시장 환경에 따른 변수는 있지만 일단 비수기인 1분기의 호실적은 연간 실적의 청신호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는 정말 비수기일까. 삼성전자의 5년간(2010~2014년) 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1분기 실적이 연간 실적에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매출이 23.3%, 영업이익은 24.2%였다. 이는 전통적인 성수기인 4분기 매출 비중(26.9%)과 3분기 영업이익 비중(25.2%) 보다 낮은 수치다. 이민희 연구원은 “연말행사와 성탄특수 등의 호재로 가전 사업(CE) 부문은 4분기가 성수기이고 IT·모바일(IM) 부문은 3분기가 성수기”라며 “이에 반해 1분기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비수기로 실적이 낮게 나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비중은 적지만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하면 연말에 활짝 웃었다. 삼성전자가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시기는 2013년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매출 52조8680억원, 영업이익 8조7794억원을 올렸다. 이어 3분기에는 매출 59조834억원, 영업이익 10조1635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10조원 영업이익 시대’를 열었다.

여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그해 매출 228조6926억원, 영업이익 36조785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나머지 해에도 1분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영업이익을 거둔 뒤 분기별로 상승세를 탔다. 물론 예외는 있다. 2013년 다음으로 1분기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53조6753억원, 영업이익 8조488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2분기에 실적이 하락하더니 3분기에 매출 47조4473억원, 영업이익 4조605억원에 그치는 충격적인 어닝쇼크를 경험했다.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공세와 신제품 효과 미비, 유럽시장 고전 등 IM 부문의 실적 부진이 원인이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206조2059억원, 영업이익 25조251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에 비해 각각 9.83%, 31.97%가 감소한 성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특수한 경우’라고 봤다. 이재윤 연구원은 “IM 부문의 실적 하락이 과도했던 지난해는 특수했던 경우”라며 “현재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IM부문의 실적 악화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사업 부문의 성장이 기대되는 올해 1분기는 지난해 1분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1분기, 연간 실적의 바로미터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어닝쇼크 이후 4분기에 실적을 회복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은 온통 올해 삼성전자의 1분기에 쏠려있었다. 업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4분기의 시기적 특성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이라는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1분기에 선방을 해야 연간 실적을 낙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잠적실적은 매출 47조원, 영업이익 5조9000억원. 매출이 전분기 52조7300억원보다 10.9%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전분기 5조2900억원에 비해서 11.5% 증가했다. 이는 증권사 평균 전망치인 5조4412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1분기 선방에 성공했고 국내 증권사는 일제히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올렸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분기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다”며 “반도체와 모바일(IM)부문의 실적호조로 영업이익 추정치를 27조7210억원에서 29조5760억원으로 상향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2분기 이후로 쏠린다. 4월 10일 출시한 갤럭시S6의 흥행 성적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6가 흥행 호조를 보일 경우 해당 사업부인 IM부문뿐만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까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이번 갤럭시S6 모델에는 삼성전자의 모바일D램ㆍ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7420’이 탑재됐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이 많이 팔릴수록 반도체까지 함께 호황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깜짝 실적’이 상승 곡선의 청신호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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