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바닥 칠까

▲ 국내 주택시장이 개선되면서 건설업계도 올해부터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건설사 실적이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매출실적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개선여지가 있고, 국내 사업부문엔 ‘봄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건설사 손익을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였던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도 올해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건설업계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고 있다는 얘기다.

올 1분기 삼성물산ㆍ현대건설ㆍ대림산업ㆍ대우건설ㆍ현대산업개발ㆍ삼성엔지니어링 6개 대형건설사의 예상 매출(연결기준)은 18조1000억원, 예상 영업이익은 6206억원이다. 전년 동기비 각각 4.9%, 14.6% 늘어날 전망이다. 손해를 보고 있는 해외 사업은 개선 여지가 있고, 국내 주택시장 실적은 해외 사업 손실을 상쇄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림자 걷히는 해외사업 = 지난해 대형건설사의 전체 해외 수주량은 전년 대비 36.8% 감소했다. 하지만 이 수치가 부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다. 유가 하락과 더불어 건설사의 저가수주 경쟁이 줄고 있다는 방증이라서다. 장기적 관점에서 플랜트 시장의 원가율이 정상화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해외부문 원가율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원가율을 떨어뜨리던 기자재 가격이 하향세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동참하기로 하고, 중남미 인프라에 11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해외 건설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봄바람 부는 국내사업 = 국내 주택부문은 양호하다. 최근 주택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지난 3월말 KB국민은행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동기비 2.2% 올라가, 201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수 있고, 건설사의 미분양 손실 우려도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1순위 청약자격 완화,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은 좀 더 지속될 전망이다.

2008년 주택시장 악화에 따라 나빠졌던 건설사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지난해부터 개선되고 있다. 2011년부터 주택 분양을 확대한 건설사는 2014년부터 준공과 함께 토지비를 회수했다. 미분양 해소로 공사비도 회수했다. 신규주택 분양 계약률 개선으로 미회수 공사비도 감소했다. 건설사는 주택부문을 제외하면 운영 자금이 들어갈 사업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도 주택부문 현금흐름 개선을 예상해볼 수 있다.

 
건설사 손익을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였던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도 올해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대부분의 과징금은 반영됐고, 추가적으로 제재를 받을 만한 사업지가 많지 않아서다. 과징금이 감소하면 영업외부문 기저효과도 누릴 수 있다.

종합하건대 건설사 실적이 올 1분기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일부 건설사의 실적이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해외부문 추가 손실은 대부분 알려진 것들이고, 주택부문 이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실적이 큰폭으로 떨어질 여지는 적다. 건설사별로는 대림산업ㆍ대우건설이 시장 예상치보다 양호한 영업이익을, 현대산업ㆍ삼성물산ㆍ현대건설은 전년 동기비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강승민 NH농협증권 연구원 grandblu@nh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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