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중국진출 괜찮나

▲ 화장품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화장품 업체를 둘러싼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선 ‘훈풍을 제대로 맞았다’며 긍정론을 펴고, 다른 한편에선 ‘거품론’을 꺼내든다. 중국시장의 호황이 화장품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을 뿐이라는 게 거품론의 요지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거품을 드러내야 화장품 업계의 민낯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 거품을 살짝 드러내 봤다.

화장품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 화장품의 주가는 훌쩍 올랐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350만원을 뛰어넘었다. 한국화장품, 코리아나처럼 주목을 끌지 못했던 업체의 주가도 급증했다. 한국화장품 주가는 지난해 4월 9일 1645원에서 올 4월 9일 1만5800원으로 9.6배 올랐다. 이는 화장품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하다. 최근에는 사모펀드(PEF)인 칼라일그룹이 잇츠스킨(한불화장품 원브랜드숍)을 약 2조원에 인수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잇츠스킨 측은 확인된 결과가 없다고 했지만 턱도 없는 일은 아닌 듯하다.

잇츠스킨은 지난해 드라마틱한 실적을 냈다. 2013년 매출은 530억원에서 지난해 241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4배 이상 성장했다. 6초에 1개꼴로 팔린다는 달팽이 크림이 실적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중국인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 게 성장을 이끌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잇츠스킨의 성장은 순전히 운이라고밖에 표현이 안 된다”며 “중국인들 사이에서 제품 하나라도 빵 터지면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산성앨엔에스 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4월 9일 4365원이었던 주가는 올 4월 9일 9만1800원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이 업체가 만드는 마스크팩이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쳐서다. 현재 이 업체의 중국 화장품 마스크팩 시장 점유율은 10%에 달한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현재 연 성장률은 10% 이상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심지어 중국 화장 인구는 1억명을 넘어섰다. 그래서일까. 최근 화장품과 전혀 관련 없는 업체들까지 화장품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특수를 노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에는 로만손이 대형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화장품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도자기 전문제조업체인 행남자기도 화장품원료사업에 도전 의사를 밝혔다.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같은 중견 화장품 업체들도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기업상장(IPO)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중국만 믿고 화장품 시장에 뛰어드는건 위험하다고 말한다. 일단 국내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시장점유율(2013년 기준)은 1.2%, LG생활건강은 0.3%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소비재 기업인 P&G(프록터앤갬블)이 13.5%, 로레알그룹 시장점유율은 9.1%였다. 지난해 순위가 상승했을 가능성을 감안해도 중국시장이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글로벌 브랜드들과 어깨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회’ 있지만 ‘리스크’도 존재

2014년 WWD 뷰티 리포트 보자. 이 리포트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화장품 100위(매출 기준) 안에 든 국내 업체는 아모레퍼시픽(17위)ㆍLG생활건강(26위)ㆍ에이블씨엔씨(56위)뿐이다. 온라인 시장에선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나름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미국 브랜드가 강세다. ‘타오바오’와 ‘티몰’을 통해 판매되는 스킨케어 브랜드 TOP 30위 순위(2014년 9~11월 기준)를 살펴보자. 중국(14개)ㆍ미국(5개)ㆍ한국(5개)ㆍ프랑스(4개)ㆍ일본(2개) 순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한국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15.1%, 중국 44.3%, 미국 20.3%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하면 모두 잘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며 “중국에서는 자국 브랜드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가 각축장을 벌이며 살벌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 브랜드들도 지켜봐야 한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이제까지 중국의 화장품 제조 기술이 국내에 비해 떨어졌다”며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에서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를 사들이는 등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가 급부상한 것처럼 화장품 시장에도 수년 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시장 진출도 녹록지 않다. 중국에서 잘나간다는 아모레퍼시픽은 1992년 처음 중국에 진출했다. 2000년 아모레퍼시픽 차이나를 설립하고 2002년 중국 상하이上海 공장을 준공하고 지난해 10월 상하이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이렇듯 아모레퍼시픽은 긴 시간 중국 진출에 공을 들인 끝에 지금의 궤도에 올랐다. 대기업의 성과만 보고 미래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신규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공장을 짓거나 지사를 세우고 중국 내 매장을 오픈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100개 이상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에이블씨엔씨(미샤) 정도밖에 없다”며 “중국에 공장을 지으려면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는 데다 각종 규제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꼼꼼히 따져보고 뛰어들어야

수출도 쉽지 않다. 이를테면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려면 위생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까다롭다. 검사기간은 일반화장품이 2개월, 특수용도 화장품이 3~6개월에 달한다. 위생허가증을 발급하는 데는 8개월 정도 걸린다. 중국 내 도매업자 등을 통해 유통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정상적인 수출이라고 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화장품’ 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실적과 관련 없이 ‘화장품’ 관련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일도 있다.

 
박종대(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제대로 모르는 기업의 주가가 더 높고 밸류에이션이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은 위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브랜드 하나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의 경우 조심스럽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오늘 좋던 브랜드가 몇 년 후까지 좋다고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 중국 시장 가능성만 보고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 더 위험한 건 화장품 관련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거다. 기업도 투자자도 신중해야 할 때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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