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전용버스 운영 1년 8개월 後

“안전 문제로 2개의 노선을 하나로 통합했다.” “승객이 늘어난 노선에 2대의 버스를 투입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개선한 심야 전용버스 노선 내용이다. 그러나 여전히 심야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 이용이 불편하고, 안전상 허점을 지닌다.

▲ 심야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 이용이 불편하고, 안전상 허점을 지닌다.[사진=뉴시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양천구 신월동을 거쳐 가는 심야 전용버스 N62번. 종로ㆍ홍대ㆍ합정 등 주요 번화가를 거쳐 가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3시 사이, 이 버스는 숨 쉴 공간마저 사라질 때가 있다. 버스를 타려는 사람은 많은데 배차 간격이 40~50분으로 길어 승객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앞문과 연결되는 계단에 까치발을 하고 몸을 간신히 유지하는가 하면 뒷문 계단에 불안하게 서 있는 이들도 있다.

정류장에서 버스 뒷문이 열리고 닫힐 때면 “몸이 끼었다” “문을 닫지 말고 기다려 달라”는 고성도 터져 나온다. 운전기사도 앞쪽 계단에 있는 승객 탓에 운전에 애를 먹는다. 서울시 정책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심야 전용버스(일명 올빼미 버스)의 지난해 5월 상황이다. 심야 전용버스는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185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으로 서울 전역 8개 노선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하지만 승객에 비해 운행버스가 많지 않다. 배차 간격이 40~50분으로 길기 때문이다.

 
심야 전용버스가 승객을 꾸역꾸역 태우고 늦은 시간 도로를 질주하는 이유다. 문제는 승객 안전이다. 새벽에 다니는 심야버스는 교통사고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과속운전과 끼어들기가 수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차량에 취객까지 심야버스를 괴롭히기도 한다. 승객으로 꽉 찬 심야버스가 사고라도 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문제는 이런 심야버스의 안전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좌석버스의 경우 승차 인원이 110% 이내로 제한돼 있다.

시내버스와 달리 고속도로를 달리는 특성이 고려된 것이다. 그러나 심야버스는 주간버스와 똑같이 운영된다. 그렇다면 약 1년이 지난 2015년 4월 현재는 어떨까. 서울시는 승객 수요와 혼잡성, 안전성을 고려해 8개 심야버스 노선을 점검,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N10번과 N40번을 통합해 N15번(우이동~서울역~사당역) 하나의 노선으로 운행 중이다. N10번 구간이 우이동 경전철 공사로 인해 버스가 지나다니기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영 노선이 9개에서 현재 8개로 줄었다. N61번(양천~강남역~노원역)의 경우에는 이용 승객이 많아 버스 2대를 더 투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늘어나는 승객을 고려해 버스를 2대 더 투입했다”며 “그 결과 배차 간격을 약 10분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야버스는 여전히 한계를 지니고 있다. 승객이 한번 타기 위해선 40~50분을 기다려야 하고, 만원버스로 인한 승객 안전 문제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객 패턴이 주간처럼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를 밀집시켜 한 번에 이동시키는 게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며 “예산도 한계가 있어 무작정 버스를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안전을 문제로 40~50분을 기다린 승객을 안 태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설명했다. 2013년 9월부터 운영된 심야버스. 약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전띠가 풀린 채 달리고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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