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투란도트

▲ 오페라 투란도트에는 동양적인 멜로디가 곳곳에 숨어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인 동시에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오페라다. 나비부인과 마찬가지로 동양을 무대로 하고 있다. 10년 전쯤 중국의 자금성을 그대로 옮긴 듯한 서울월드컵경기장 무대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이 오페라는 탄생 배경이 재밌다. 푸치니가 런던여행 중 구입한 뮤직박스 오르골에서 나오는 멜로디(황제찬가)가 ‘음악적 동기’였다.
 
그는 이 멜로디를 작곡에 인용하는 동시에 5음 음계와 탐탐ㆍ공ㆍ실로폰ㆍ종 등의 중국 악기를 도입해 오페라의 이국적 분위기를 내는 데 성공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탈리아어로 된 대본에 중국이야기가 혼재돼 있다는 사실이다. 작곡가 푸치니는 나비부인에 이어 단 한번도 간 적 없는 중국을 무대로 이 오페라를 작곡했다. 하지만 작곡 도중 후두암이 악화되면서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지 못했고, 그의 제자들이 마지막 부분을 마무리했다.

거장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된 오페라 투란도트는 개인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적인 멜로디가 곳곳에 숨어 있으면서 영화음악과 비교할 만큼 실용적이고 세련된 멜로디가 가득해서다. 중국전통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모든 조연이 중국인형을 흉내 내는 듯한 캐리커처(cari cature)적인 제스처도 재밌다. 스토리 또한 흥미롭다.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주인공 투란도트는 피해자 신드롬에 사로잡혀 있는 중국의 공주다.

그녀의 조상 중에는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한 뒤 살해된 로우링 공주가 있다. 투란도트가 남자혐오증(트라우마)에 빠진 건 로우링 공주가 죽은 이유를 알고 쇼크를 받은 이후다. 그녀는 모든 남자를 적으로 여긴 나머지 청혼하는 남자들에게 3가지 수수께끼를 내놓는다. 그중 하나라도 틀리면 망나니의 칼로 참수형에 처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그럼에도 공주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나라의 왕자들과 귀족들이 ‘도전장‘을 내민다.

베이징北京 왕실 앞에는 수없이 많은 청혼자의 잘려 나간 목이 수없이 매달려 전시돼 있다. 이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공주는 잠못 이루고’ 아리아의 주인공인 몰락한 국가의 왕자 칼라프(테너)다. 그는 공주의 수수께끼 3개(희망ㆍ피ㆍ투란도트)를 모두 맞히고 투란도트에게 말한다. 동이 틀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맞히면 기꺼이 죽겠다고. 그리고 그 유명한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아리아를 부르며 승리를 다짐한다.

평소 혼자서 칼라프를 사랑했던 노예 리우(소프라노)는 투란도트의 모진 고문에도 왕자의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고 자살을 택한다. 결국 투란도트 공주도 두손 두발 든다.  그녀의 얼음 같은 마음이 녹는 순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아리아의 멜로디가 오케스트라의 힘찬 연주로 울려 퍼진다. 두 사람의 화려한 결혼식이 성대한 준비와 함께 오페라는 화려한 막을 내린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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