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부실검사, 1년 後

▲ 승강기 검사시장의 과열 경쟁이 부실점검을 부추기고 있다.[사진=뉴시스]

2014년 우리나라에 설치된 승강기 수는 52만여대. 검사할 승강기와 검사항목은 늘어났지만 불합격을 받은 승강기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점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기관의 경쟁이 불러일으킨 촌극이라는 의견이다. 검사를 하는 기관이 검사를 받는 주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영선(34)씨는 회사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를 엘리베이터가 작동될 때 진동이 느껴지고 알 수 없는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부를 아무리 살펴봐도 언제 설치됐는지는 알 수 없다. 제조사는 이미 오래전에 사명을 변경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제조사가 사명을 바꾼 것은 1995년. 김씨가 하루에도 몇번씩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는 최소 20년 이상 된 노후 엘리베이터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는 안전검사를 통과했다는 증서가 붙어있었다. 김씨는 어떻게 20년 이상 된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안전점검을 통과했는지 의문스럽기만 한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에 설치된 승강기 수는 52만6654개에 달한다. 10년전인 2004년 24만7446대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설치수가 늘어난 만큼 관리가 이뤄지는 의문이다. 우선 엘리베이터는 현행법상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일반적으로 법인세법의 나와 있는 건축물의 수명과 동일하게 취급 받고 있다. 법인세법상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은 40년. 안전검사만 통과하면 노후된 엘리베이터를 운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승강기 업계 관계자는 “승강기의 수명은 평균 15년이지만 기계적 피로와 마모 등이 누적되면 수명은 더 짧아질 수 있다”며 “오래된 승강기를 점검과 부품교체로 유지하는 것은 위험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승강기 설치수가 늘어나고 운용기간이 길어진 만큼 관련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이 발표한 ‘2013년도 구조 활동 실적분석’에 따르면 119구조대가 출동해 구조를 벌인 승강기 구조 건수는 2003년 5200여건에서 1만3623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고 구조인원은 2만1552명에 달했다.

이 기준이면 승강기 대수 대비 사고 발생률은 2.58%, 같은 기간 승강기종합정보망의 사고발생률 0.0133%보다 200배 이상 높은 수치다. 게다가 여전히 안전점검에서 합격판정을 받은 후 사고가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안전점검 부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승강기는 2002년 이후 연평균 약 2만대씩 늘어나고 검사항목도 강화됐지만 이를 점검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원화돼 있는 안전점검시스템이 부실점검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국내 승강기 검사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관리원)과 한국승강기안전기술(기술원) 두 공공기관이 하고 있다. 2012년 기준 관리원과 기술원의 검사점유율은 65.2%대 34.8% 하지만 약 1000억에 달하는 안전검사 시장을 두고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2005~2007년 1.1~1.3%에 달했던 불합격률은 지난해에는 0.17%로 감소했다. 이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형식적인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인숙(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운영예산의 약 90%를 검사수수료로 충당하고 있는 2개의 공공기관이 매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검사기관이 검사를 신청하는 업체나 관리자의 눈치를 보는 구조가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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