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마트 진흙탕 싸움, 무얼 노리나

▲ ABC마트는 신발 카테고리 킬러 유통사다. [사진=ABC마트 코리아]
ABC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4089억원. 2010년 매출 2041억원의 2배가 됐다.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약 15%. 하지만 눈부신 성장 이면엔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임 대표와 ABC마트간 소송전戰이 숨어 있다. 이 소송전은 2011년 3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안영환 전 대표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안 전 대표는 2002년 강정호 회장이 경영하던 일본 ABC마트와 합작해 ABC마트 코리아를 설립했다. 당시 지분율은 일본 ABC마트가 51%, 안 전 대표측이 49%. 그후 규모가 커진 ABC마트 코리아는 매장확보, 상품구매 등을 위해 차입을 했고, 2010년 9월말 그 액수는 490억원에 달했다.

차입금의 75%는 일본 ABC마트로부터 들여온 엔화(대출)였다. 하지만 당시는 엔고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자가 늘어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 같자 안 전 대표와 일본 ABC마트는 2010년 10월 합의를 통해 이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지분율이 ABC마트 66.7%, 안 전 대표 33.3%로 조정됐다. 양측은 지분을 조정하면서 IPO(주식공개상장)를 하기로 합의했다. 2010년 12월 우리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ABC마트 매장 인테리어를 맡고 있던 ‘디자인오소’의 주주가 안 전 대표였던 거다. 대표이사(동생), 감사(장인), 사내이사(부인)까지 친인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사비용도 기존 대비 20% 이상 비싸게 지불됐다. 2009년 설립했고, 전체 공사 실적이 40여억원에 불과한데, 2010년 2월 현금배당을 8억원 이상 실시한 것도 미심쩍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안 전 대표는 사임을 했다. 사임 당시 그는 디자인오소의 2009~2010년 순이익금(법인세 차감전) 8억700만원과 디자인오소의 대표자 급여로 지급된 3억6000만원을 반환하고, 일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변호사 입회 하에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했다. 주식양도금액은 460억원에 달했다. [※ 참고: 구체적인 내용은 디자인오소의 부당이득금 반환합의서, 안 전 대표의 보유주식전량을 일본 ABC마트가 현금으로 양수한다는 것이다.]

모든 게 원만하게 해결되는 듯했지만 문제의 불씨는 살아 있었다. 사임 한달 후인 2011년 4월 안 전 대표는 회사를 위해 개인자금으로 채권을 변제한 것, 퇴직시 받지 못했던 퇴직금 지급과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임차인이 권리금을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지 않는 방법으로 처리하기를 원해, 안 전 대표가 자신의 개인자금으로 권리금을 지급한 뒤 회사에서 돌려받는 식으로 매장을 확대했고, 이젠 사임을 했으니 그 돈을 돌려달라’는 거였다. 법원은 안 전 대표가 납부한 권리금을 개인자금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퇴직금 지급은 “정당하다”며 안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이번엔 ABC마트가 안 전 대표를 형사고발했다. 민사소송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안 전 대표의 횡령과 배임혐의를 의심할 만한 자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약 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그중 5억원은 매장권리금 등으로 지출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나머지 3억원가량은 골프장 회원권으로 구입하거나 달러 환전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를 기업비리로 판단했고, 안 전 대표를 횡령배임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2심에서 검찰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개인용도로 사용한 돈이 일부 있는 건 사실이지만 ABC마트가 안 전 대표에게 채무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ABC마트가 안 전 대표에게 돈을 갚았다’는 변제의 의미에서 사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안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검찰과 ABC마트 측은 결국 대법원에 상고했다.  안 전 대표와 ABC마트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안 전 대표측은 자신이 민사소송을 건 데에 대한 보복성 소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ABC마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건 ABC마트의 일꾼들이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한 현장 직원은 “최근 기업들의 비자금 문제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김영란법 등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표와의 소송이 터져 가슴이 먹먹하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