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재기 빨간불

팬택의 창업자 박병엽 전 부회장. 2013년 팬택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그는 팬택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대신 자신의 회사 ‘팬택씨앤아이’에서 재기를 모색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팬택에 의존하던 사업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생겼고, 신사업 추진도 불투명하다. 승부사 ‘박병엽’의 패자부활전이 심상치 않다.

▲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의 개인회사 팬택씨앤아이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사진=뉴시스]
2013년 9월. 팬택은 ‘박병엽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병엽 전 부회장은 여전히 ‘오너’다. 시스템 통합업체 ‘팬택씨앤아이’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매출처는 팬택이다. 팬택에 부품을 공급하고, 팬택이 만든 휴대전화를 판매한다. 그 결과, 2013년 매출 4425억원에 영업이익 146억원을 올렸다. 박 전 부회장이 팬택을 떠난 후에도 이 관계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8월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둘간의 관계에 이상신호가 울렸다. 거래 대부분이 끊긴 거다. 팬택 관계자는 “우리가 어려워지면서 팬택씨앤아이 측과는 거의 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SI업체인 팬택씨앤아이가 팬택의 홈페이지와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긴 하지만 거래 규모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당연히 팬택씨앤아이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팬택씨앤아이는 지난해 매출 1478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팬택과의 관계가 끊기자 마자 ‘적자전환’한 셈이다. 문제는 이 회사가 팬택의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의 자회사 큐알티 인수를 추진했지만 노조가 반대해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4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한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스포츠토토) 사업자 입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종합평가점수 89.3035점을 받았지만 웹케시 컨소시엄(91.1565점)에 밀렸다. 팬택씨앤아이 컨소시엄이 기술점수에선 우위를 점했지만 가격점수에서 뒤처졌다.

물론 이 입찰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입찰절차중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이라서다. 제안서 발표 당시 위탁수수료율을 1.9%로 제시했던 웹케시 컨소시엄이 실제 입찰에선 수수료율을 1.6%로 낮춘 게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웹케시 컨소시엄이 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신사업 추진 번번이 실패

1심 재판부는 “웹케시의 제안서의 하자 정도가 입찰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침해했다”며 팬택씨앤아이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는 “공정성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웹케시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돌려줬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3심은 법률심인 만큼 팬택씨앤아이의 스포트토토사업은 물 건너갈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웹케시 컨소시엄은 이미 4월 6일 조달청과 이 사업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2심 판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계약을 완료했기 때문에 변동 상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트토토사업에 힘을 쏟은 팬택씨앤아이로선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전 부회장 역시 벼랑에 몰렸다. 승부사 ‘박병엽’의 패자부활전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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