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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빠르게 늙고 있다. 세계 인구에서 60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올해 12.3%에서 2050년 24.2%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선진국만의 문제였던 고령화는 신흥국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신약 개발ㆍIT기술 접목 등 새로운 형태의 헬스케어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헬스케어,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다.

▲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헬스케어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웰빙’ 열풍의 영향으로 건강을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건강은 삶의 질 관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기본권과 인구구성의 변화 면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오바마 케어’라는 의료제도개혁을 통해 전국민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민영보험을 통해 개인의 사정에 따라 필요한 보험을 구매하는 구조였다. 그렇다보니 저소득 무보험자들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였고 중산층 역시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했다. 이것을 정부가 나서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것이다.

건강과 관련한 또 다른 이슈는 바로 인구의 고령화 문제다.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세계 고령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헬스케어 관련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선진국을 비롯, 중국ㆍ브라질ㆍ인도 등 파머징(Pharmergingㆍ신흥제약시장) 국가 역시 소득 증가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헬스케어 수요와 시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인구에서 60세 이상 인구는 2015년 2억1000만명에서 2050년 4억5000만명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한국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지난 2011년 18.1%였지만 2015년에는 21.3%, 2050년에는 59%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이는 중국의 고령화 속도보다 약 1.5배 빠르다.

 
고령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구 부양비율이다. 이는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몇명의 노인인구를 부양해야 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선진국의 인구부양비율은 2015년 평균 26.5%에서 2050년에는 50%대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은 같은 기간 9.6%에서 24.3%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는 17.9%에서 75.1%, 중국도 13.1%에서 44.0%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비율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은 세대간 갈등과 같은 사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소비 체력이 위축되고, 그에 따른 투자 감소와 성장둔화 등 여러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의료비 등 사회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당뇨병ㆍ치매 등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 발병률이 상승해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30세 이상 인구에서의 고혈압 유병률은 30% 수준이다.

하지만 65세 이상에서는 60%가 넘어가고 있다. 유병률 증가는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건강보험 자료만 봐도 10~40대 월평균 건강보험 진료비는 2만~5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60대와 70대는 각각 17만2000원, 26만6000원, 80대 이상은 34만90000원으로 증가한다. 이런 통계는 고령화에 따른 질병의 예방ㆍ치료ㆍ노화억제ㆍ건강보조식품 등 헬스케어 산업이 큰폭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목받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


인구 고령화 문제는 미국 주식시장의 지형도 바꿔 놓고 있다.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에서 헬스케어 업종의 시가총액은 2011년 1조20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2배 이상으로 증가한 2조7000억 달러에 달했다. 그 결과, S&P500내에서의 헬스케어 비중은 10.9%에서 14.9%로 확대됐다. 그뿐만이 아니라, 미국 국내총생산(GD P)에서 헬스케어 지출 비중은 17.9%에 달하고 있다. 주식시장 규모가 국가 GDP를 거의 반영하고 있다는 점과 전세계적인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미국 헬스케어 주식의 영향력 확대는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국내 제약회사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TIGER 헬스케어, KODEX합성-미국 바이오테크 등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올초 대비 30~40 %나 급상승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주가 급등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헬스케어 비중이 3.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 GDP에서 헬스케어 관련 총 지출도 7.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과 우리의 산업 구조가 다른 면을 고려해야겠지만, 국내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증시에서의 헬스케어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헬스케어 시장의 구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헬스케이 시장은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제약업체가 선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업체의 신약 개발 성과가 저조해지면서 신약개발 주도권이 바이오벤처로 이동하고 있다. 의약품의 특허가 속속 만료되면서 전통 글로벌 업체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각국 정부의 의료비 효율화를 위한 약품가격 인하, 건강보험 개선 등의 제도적 노력도 기존 글로벌 제약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의약품 시장보다는 낮은 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의약품), IT와 융합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이런 시장의 변화는 국내 업체에 매우 좋은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업체가 내수 중심에서 해외시장으로 진입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고, 그 성과가 최근 가시화되면서 자체개발 의약품의 해외시장 진출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식품ㆍ화장품ㆍ미용으로 확대

또한 헬스케어 시장이 기존의 치료와 예방중심에서 식품ㆍ화장품ㆍ미용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이 분야에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업체에는 기회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IT산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향후 국내 기업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헬스케어 투자 지원도 한몫을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바이오헬스 미래 신산업 육성 전략’ 발표하고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나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도 헬스케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이 과거 20년 동안 글로벌 IT산업을 이끌어왔던 것처럼,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역시 한국 경제의 큰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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