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빅데이터 열풍

▲ 빅데이터 분석이 식품업계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PC와 인터넷, 모바일 기기 이용이 생활화되면서 사람들이 도처에 남긴 발자국(데이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생산되는 빅데이터(Big Data) 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식품업계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마음잡기에 들어갔다.

과거에는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만 데이터가 기록됐다. 최근의 소비자는 쇼핑뿐 아니라 은행, 증권과 같은 금융거래, 교육과 학습, 여가활동, 자료검색과 이메일 등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PC와 인터넷에 할애한다. 이로 인해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방문자가 돌아다닌 기록이 자동적으로 데이터로 저장된다. 어떤 상품에 관심이 있는지, 얼마 동안 쇼핑몰에 머물렀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보기술(IT) 변화에 다소 둔감한 식품업계도 디지털 환경의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이 다양해지면서 전통적 마케팅만으로는 다변화된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트렌드전략팀을 별도로 신설해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전략팀은 블로그, 트위터 등 개인정보법에 문제가 없는 글들을 바탕으로 수십억 건의 자료를 확보해 빅데이터 분석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 사항을 소비자 인식과 행동 데이터, 각종 시장 동향 데이터 등과 접목해 CJ제일제당 마케팅과 영업에 적극 반영한다.  CJ제일제당이 추진해 온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총 165건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된 전략의 실행률은 90%에 육박한다. 빅데이터는 CJ제일제당의 신제품 검토와 출시, 기존 제품 리뉴얼, 마케팅,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은 제품 마케팅 분야다. 최근 몇년간 수백억건의 자료를 토대로 집에서 먹는 메뉴에 대한 트렌드를 발굴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 찌개, 반찬 등 다양한 소비자 관심 메뉴들을 뽑아낸 후 마케팅에 활용한다. 예를 보면 알래스카 연어캔 제품의 경우에는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아직은 생소한 연어캔 요리에 대한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소비자들이 연어캔을 주로 한식이나 김치와 함께 먹는 취식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어캔 김치찌개와 같은 레시피 제공 등의 방법으로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연어캔을 한식 메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쁘띠첼 스윗푸딩 신제품 출시에 맞춰 진행된 ‘피곤한 월요일 2시16분, 푸딩하자’라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역시 빅데이터에 근거한 마케팅 사례다. 회사는 온라인 상의 6억5000만여 건 정보들을 토대로 요일별 피로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월요일 오후 2시16분이 가장 피곤하며 이 때 달콤한 음식이 필요하다’는 빅 데이터 분석 진단을 얻었다. 빅데이터는 신제품 출시에도 적극 반영된다. 계절밥상과 함께 개발해 제품화한 ‘백설 고추장 삼겹살 구이양념’도 삼겹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삼겹살에 양념을 더해 조리해 먹는 취식 행태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설 크림 파스타소스 경우도 빅데이터 분석 진행 후 콘셉트를 확정하고 지난해 7월 ‘치즈’ 베이스의 ‘백설 크림 파스타소스’를 출시했다.

▲ 파리바게트는 날씨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전국 매장에 제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햇반 슈퍼곡물밥’은 올해 출시 한달 만에 생산량 100만개를 돌파하는 등 히트 상품이 됐다. 출시 전 단계부터 빅데이터를 이용해 슈퍼곡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미리 파악하고 출시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제 식품업계도 빅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세분화되고 다양해진 요구를 충족하는 고객밀착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때”라며 “앞으로 빅 데이터 분석과 진단을 통해 보다 세분화된, 개별화된 고객만족을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도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품 개발에 착수한 사례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감자칩은 짭짤한 한 가지 맛만을 부각시킨 데 반해 허니버터칩은 짭짤함과 달콤함, 고소한 맛 등을 부각시켰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자칩의 주요 구매층인 10~20대 여성들이 단맛과 버터향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 개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편의점 CU가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지난해 2030여성을 겨냥해 선보인 ‘CU 빅 요구르트’는 출시 두달 만에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파리바게뜨는 기상 관측 자료와 매장별 상품 판매량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날씨 판매지수를 전국 매장 등에 제공해 판매량을 예측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 169개 지점의 기상 관측 자료와 10억건 이상의 점포별 상품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전국 파리바게트 점포 단말기에 제공한다. 예전에는 감으로 알았던 것을 이제는 구체적인 데이터로 판매를 예측해 주문에 대처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의 응용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며 “이제 식품업계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21세기의 새로운 경제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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