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갈길 먼 조선업

▲ 조선주의 주가 상승은 조선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청신호가 아니다.[사진=뉴시스]
조선업계가 부활하고 있다는 분석이 조금씩 나온다. 실적이 개선 중인 기업도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부활은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근거를 잘못 해석하거나 파악했을 가능성이 커서다. 올 1분기 국내 조선업계 수주잔량 1위 탈환이라는 보도는 대표적 사례다. 조선업계, 아직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최근 조선업계의 주가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클 것이라는 의견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의 반등, 1분기 신규 조선 수주실적 세계 1위 탈환, 원자재가격(후판•도료) 하락 등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거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대감, 가져도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실적개선의 이유를 눈여겨봐야 한다. 두 회사는 현대오일뱅크와 하이투자증권을 연결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 지분 83.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올해 현대중공업 예상 영업이익의 72.5%는 오일뱅크, 현대미포조선 영업이익의 100%는 하이투자증권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현대오일뱅크와 하이투자증권의 상승세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을까 하는 거다. 물론 이런 접근이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일단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해양플랜트 발주시장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참고로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사업 비중이 조선 사업 비중보다 훨씬 크다. 상선 부문도 역시 경쟁이 격화돼 선가가 하락세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4월초 언론들은 올해 1분기 우리나라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신규 조선 수주량 1위를 기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보도는 조선주 선호도를 개선했다. 그러나 신규 조선 수주량 1위 보도는 사실 설득력이 떨어진다.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신규 조선 수주 시장점유율은 41.0%로 1위를 탈환한 게 맞지만 1분기 수주량이 231만CGT로 지난해 1분기(454만CGT)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업체별 신규 수주 성적도 초라하다. 생산설비와 시추설비를 모두 포함해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는 전무하고, 상선 위주의 수주가 있었지만 올해 목표대비 10~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약 6억 달러(삼호중공업 포함시 약 10억 달러)와 해양플랜트 설계변경 약 4억 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각각 23억 달러와 3억2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이처럼 수주와 선가, 수주잔고 등 조선업종 주요 지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일부 조선사의 실적개선은 대규모 충당금 설정 등에 따른 기저효과 덕분이다. 충당금은 기본적으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현재로 당겨오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저효과에 따른 1분기 실적개선, 후판•도료 원자재 가격하락 등이 폭락한 조선주를 제자리로 끌어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다지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 newday@hdsr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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