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개점 6개월, 제2롯데월드 가보니…

▲ 롯데월드타워는 오는 2016년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 직후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수족관과 영화관은 개점휴업 상태다. 잠실 롯데월드몰 매장엔 2~3곳 걸러 1곳에만 손님이 있을 정도로 방문자의 발길이 뜸하다.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일부 매장은 철수했고, 남아 있는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개장 6개월째 접어든 제2롯데월드를 찾았다.

흐린 하늘에 비바람이 오락가락하던 4월 14일 오후. 일명 제2롯데월드(공식명칭 롯데월드타워)로 통하는 지하철 2호선 잠실역 1·2번 출구 방향으로 향했다. 역사 출구 가운데 10여m 남짓한 공간에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으로 향하는 입구가 나온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제2롯데월드의 외관부터 보고 싶다면 지하로 들어가기 전 입구 우측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가면 된다. 잠실역 2번 출구로 나가면 에비뉴엘로 입장하는 출입문이 다시 보인다. 제2롯데월드의 1번 출입구다. 특이한 점은 양복 차림의 직원들이 입장객들이 문 앞으로 다가서면 출입문을 대신 열어주고 닫는다. 고객 서비스인 동시에 출입문 부근에서 발생했던 안전사고에 대한 일련의 후속조치로 보인다.

1번 출입구 앞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100층 이상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롯데월드타워의 외관을 확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로 화면 안에 건물 외관이 다 들어오도록 촬영하려면 한참 뒤로 물러나 거리를 널찍이 확보해야 할 정도로 높다. 높이 555m, 총 123층의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한창 공사 중인 꼭대기 부근이 까마득히 멀게 보였다. 다시 눈을 평지로 돌려 1번 출입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 봤다. 쇼핑몰이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명품백화점인 에비뉴엘이다. [※참고 : 제2롯데월드는 크게 3부분으로 구분된다. 제2롯데월드의 상징과도 같은 롯데월드타워, 에비뉴엘동(지상 8층), 쇼핑몰 및 엔터테인먼트동(지상 11층) 등이다.]

에비뉴엘은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의 3.1배 규모로 225개의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7~8층엔 면세점도 운영 중이다. 고급스러운 조명과 인테리어로 꾸며진 샤롯데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펼쳐진 1층엔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까르띠에·버버리 등 명품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건물 안은 북적이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간간이 눈에 띄긴 했지만 각 매장엔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평일 낮 시간대라 공간의 빈 구석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1층 보테가 베네타 매장을 지나면 쇼핑몰로 이어지는 6번 출입문이 나온다. 야외 선큰(Sunken)광장을 가로질러 7번 출구로 다시 들어가면 우측 빈폴 매장과 길리안 초콜릿 카페, 포송 등 다양한 매장과 만난다. 여기가 바로 롯데월드몰 1층이다. 이곳엔 유니클로, 자라, 에잇세컨즈를 비롯해 망고, H&M, 키엘, 아베다 등 눈에 익은 SPA 및 중저가대 화장품 매장들이 입점해 있다. 쇼핑몰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과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전체적으로 한산하다. 1층만 둘러보는데 손님이 든 매장은 2~3곳 걸러 한곳 정도다. 지하 1~2층엔 아쿠아리움이 위치하고 있는데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여서 분위기는 썰렁했다. 이런 분위기는 영화관이 위치한 5층도 마찬가지다. 식당가와 바로 인접한 롯데시네마는 서울시의 정밀진단 요청에 따라 임시휴관 중이다.

3월에 개봉작인 영화 ‘인서전트’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지만 상영되지 못했다고 영화관 직원은 설명했다.
실제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연말부터 개점 휴업상태다. 지난해 12월 9일 지하 1~2층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의 수조에서 누수현상과 극장 소음 및 진동 발생 등 안전문제로 인해 운영이 중지된 상태다. 이 문제를 계기로 롯데 측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롯데 측은 이 사고 후 수족관이 있는 지하 2층의 수조 아크릴과 벽체 사이 이음매 부분에 생긴 틈을 메우기 위해 벽체를 다시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해 봉쇄했다. 또한 영화관은 진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피커에 패드를 붙이고 영사기를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아직 서울시로부터 사용승인 허가가  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안전성 여부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회신이 오면 시 차원에서 자문단 회의 및 현장검증 절차를 거쳐 재개장 승인이 결정된다. 지금으로선 일정을 기약할수 없다.”

개장 6개월에 접어들었지만 롯데월드몰의 인파가 여전히 저조한 이유다. 롯데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개장 초기만 해도 일평균 10만명 정도가 방문했다면 현재는 약 40%가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상인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해 제2롯데월드에 있는 돈을 다 들여 투자를 하고 밤낮으로 오픈을 준비했는데 안전문제로 구설에 올라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며 “수족관과 영화관이 재개장되지 않는다면 종업원의 월급은커녕 부도가 나 문을 닫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영업정지의 여파는 단순히 롯데월드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근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긴 마찬가지다. 잠실역사 내 지하상가도 유동인구가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유동인구가 줄어 매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기업도 상황이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롯데는 논란이 됐던 수족관과 영화관의 누수문제를 보완하고 서울시로부터 사용승인이 떨어지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승인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우리도 잘 모르겠다”며 “워낙 인식이 나빠져  어떤 입장을 내놓기가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롯데월드몰의 상황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지금의 상황이 실제보다 과장돼서 알려진 것에 대한 억울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듯하다. 소비자가 직접 와 보기 전엔 어떤 말로도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거다. 롯데 측이 소비자 인식 전환과 방문 유도를 위해 ‘안전’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롯데월드몰은 지난 1월 9일 그룹 차원의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한 후 매주 롯데월드몰과 타워 안전시설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동빈 그룹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임원들의 불시 시찰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엔 오너 일가까지 직접 나섰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그룹 회장이 타워가 완공되는 내년 말쯤 집무실을 옮기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정책본부도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초강수를 둔 셈이다.

그 덕분인지 최근엔 조금 안정을 되찾은 분위기다. 쇼핑몰 내 롯데리아 매장의 경우 사고 직후 10%까지 떨어졌던 매출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층의 가방 매장 직원은 “전혀 문제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며 “어서 빨리 정상화돼서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친 후 바깥으로 나와 다시 올려다본 하늘. 롯데월드몰 우측 뒤편에 위치한 123층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에 드리운 구름들이 서서히 비켜나기 시작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제2롯데월드에 언제쯤 서광이 비칠까.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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