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대부⑧

▲ 범죄조직의 총수 비토 콜레오네는 외동딸의 결혼식에서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코폴라 감독이 ‘대부’에서 그려내는 인간본성의 문제는 흥미롭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원작자와 감독의 시각에 거리가 있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의 경우 인간본성을 향한 인식은 원작자와 감독이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작자와 감독 모두 인간의 내면에 선善과 악惡을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 흥겨운 카니의 결혼 피로연과 살인청부가 이뤄지는 비토 콜레오네의 음산한 서재는 선과 악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양면적인 모습은 영화 곳곳에서 나타난다.

콜레오네가 저격을 당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콜레오네는 여느 자상한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퇴근길에 손주에게 가져다 줄 오렌지를 손수 고른다. 그리고 저격당한다. 조직의 총지배인 탐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을 위한 선물 꾸러미를 잔뜩 안고 나서다 솔라조에게 납치당한다. 콜레오네 가문의 조직원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어 먹는 장면에서 악과 범죄의 냄새는 감지되지 않는다.
살인기계 클레멘자는 퇴근길에 케이크를 사오라는 아내의 ‘명령’을 받자 케이크 상자를 든 채 살인을 저지른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 여자나 덮치는 가문의 후계자 소니는 여동생 카니에게 폭력을 휘두른 처남 카를로를 길거리에서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팬다. 이후 카를로가 카니에게 또 손찌검을 했다는 연락을 받자 경호원도 없이 차를 몰고 가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집중사격을 받고 절명한다. ‘악마’ 소니의 동생사랑은 눈물겹도록 인간적이다.

총격을 받고 목숨은 건졌으나 이미 기력을 상실한 비토는 손자의 재롱을 즐기는 평범하고 자상한 할아버지로 말년을 보낸다. 정원의 토마토 밭에서 손자와 놀아주다 숨을 거둔다. 그가 평생에 저지른 죄를 생각하면 부당하리만치 행복한 최후다. 비토는 손자를 놀래주려고 몰래 입 속에 오렌지 조각을 넣고 기괴한 모습을 하는데, 손자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기괴한 악마로 변하자 놀라서 울음을 터뜨린다. 평생 가족에게는 자상하고 헌신적인 가장으로, 밖에서는 악마와 같은 살인마의 두 얼굴로 살아온 비토 자신에 대한 마지막 ‘고해성사’와도 같은 장면이다.

영화 종반부에는 인간과 악마의 어지러운 혼재가 절정에 이른다. 범죄제국을 물려받은 마이클은 조카(여동생 카니의 딸)의 대부가 돼 경건하게 세례미사를 치른다. 갓난 조카에게 신부의 축복이 이어지는 동안 마이클의 행동부대는 마이클의 지시에 따라 제국에 도전하는 모든 세력들에 대한 피의 숙청에 나선다. 살인을 저지르는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매우 일상적이고 권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이 연주하는 성가와 경건한 미사의식, 총성과 피범벅의 살인장면이 야누스 신의 두 얼굴처럼 경계와 구분 없이 한꺼번에 소용돌이친다. 피범벅의 살인현장과 뒤엉켜 나타나는 무표정한 마리아상과 천사상은 오히려 소름 끼친다. 코폴라 감독은 이를 통해 어지럽지만 매우 정교하게 인간과 악마의 얼굴, 선과 악을 뒤섞어 배치한다. 인간에게 선과 악이란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동거하는 본성임을 보여준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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