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다시 맞서기 위해…

▲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펴냄
당신에게 ‘여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들은 ‘여행’이라는 판에 각자 다른 퍼즐조각을 끼워 넣는다. 낭만ㆍ도피ㆍ쾌감ㆍ도전ㆍ위로…. 지천명의 나이에 해외여행 경험 한번 없는 저자가 난데없이 히말라야로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녀 안의 꺼져버린 욕망의 엔진에 다시금 시동을 걸기 위함이다. 저자는 삶을 지속하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난다. 그것도 위험하다는 ‘안나푸르나’(히말라야 중부의 산)로. 이곳에 가면 원하는 ‘무엇’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서였다. 그렇게 그녀의 안나푸르나 종주가 시작된다.

그녀가 선택한 코스는 16일간의 안나푸르나 환상종주(안나푸르나 코스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개 쏘롱라패스(5416m)를 거쳐야하는 결코 쉽지 않은 코스다. 여행 동료로 선택된 여자 후배와 짐을 들어줄 현지인 포터 ‘버럼’과 가이드 ‘검부’가 여행길에 함께 오른다. 그러나 첫날부터 계획에 없던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네팔 요리에 들어가는 향신료 ‘마살라’가 문제였다. 마살라향에 거부감을 느낀 그녀는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해 저혈당이 온다. 다행이 가이드 ‘검부’가 그녀의 구세주로 등장한다.

끼니마다 마살라를 뺀 볶음밥을 만들어준 것. 하지만 저자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고 만다. 변비에 걸린 것. 거기에 난생처음 찾아온 불면증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10일째, 더 큰 게 오고야 만다. 고산증이다. 주인공은 새벽에 극심한 흉통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다. 하지만 동료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녀는 탈락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주인공에게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고 남은 가족을 위해 싸움꾼이 돼야만 했던 것. 그렇게 거친 인생을 쉼 없이 달려온 그녀였다.
 
그렇게 과거를 품고 ‘쏘롱라패스’까지 전진한다. 원하는 ‘무엇’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마침내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개 ‘쏘롱라패스’를 대면한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내 인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러자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죽는 날까지.’ 저자는 스스로 ‘태생적인 겁쟁이’라 말한다. 저자에게 인생은 언제나 싸움터였다. 저자는 항상 내면 속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필요에 의해 형성된 자아인 ‘싸움꾼’과 본래의 자아인 ‘겁쟁이’ 가 끊임 없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더 이상 인생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안나푸르나에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생을 되찾고 즐기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안나푸르나에 다녀온 후 그녀는 스스로 태생적인 ‘싸움꾼’이라는 걸 깨닫는다.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수확의 여신’을 의미한다. 수확의 여신으로부터 그녀는 확신을 얻고 돌아왔다. 무언가 얻길 바란다면 비우는 게 먼저다. 비우기 위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박지원 더스쿠프 인턴기자 jw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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