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기 회장의 Mecenat Message

▲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사진=뉴시스]

공자는 「논어」에서 ‘근자열 원자래’라고 했다.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이다. 기업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다면, 멀리 있는 혹은 미래의 고객도 기업을 찾게 될 것이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은 기업인들과의 오찬에서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와 후원을 독려하는 취지로 이렇게 주문했다. “고대 로마의 문화가 번성하고 이탈리아가 르네상스를 열었던 것은 마에케나스와 메디치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에게 대한민국의 ‘메디치 가문’이 되어 달라고 청을 한 것이다. 마에케나스(Cauis Clinius Maecene)는 고대 로마시대 아우구스투스 초대 황제 통치하에서 예술 부흥을 이끌어낸 대신으로 그의 이름에서 메세나가 유래됐다.

메디치가는 유럽 굴지의 금융업자로서 르네상스시대 피렌체 공화국을 번영으로 이끈 명문가로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등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단순한 자선사업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한 시대의 문화부흥을 이끌어 낸 것이다.

기업의 메세나는 시대에 따라 패러다임을 달리해 왔다. 1960대 초기에는 자선적 관점에서 지원활동을 해왔다면, 이후 ‘스폰서십’의 마케팅 관점에서 메세나를 바라봤다. 이후 파트너십으로 진화해 문화투자적 관점으로 마케팅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근래에는 문화예술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나 판매촉진 등이 초기 기업 메세나의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메세나 수행에 따른 비용과 효과의 관계에 대한 손익계산은 언제나 상존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이성과 감성의 충돌, 정성적 목표에 정량적 결과를 예측하고자 하는데서 오는 오류일 것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힌트를 미국 브레인포레스트(Brainforest)사社의 ‘크리에이티브 피치(Creative pitch)’에서 찾아봤다.

브레인포레스트는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디자인광고회사다. 사옥을 이전하며 많은 양의 폐종이와 사무용품, 미술용품이 쓰레기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친환경적인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한 발 나아가 자사 거래처 회사인 종이, 직물, 미술용품 회사에 동참을 독려했고, 참가 기업은 날로 늘어 시카고뿐만 아니라 미 중부 지방 곳곳에서 폐재료를 기부 받고 있다.

대상은 지역 내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자녀 및 가족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과 미술치료를 병행했다. 프로그램은 지역 내 미술교사, 아티스트, 대학, 미술치료사, 자원봉사자들의 참가로 전문성을 갖췄으며, 환경교육과 관련된 비영리 기관도 합세했다.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창의성을 고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가출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쉼터도 운영하는 등 프로그램의 외연을 확장해 가고 있다. 현재까지 크리에이티프 피치 프로그램에 브레인포레스트 이외에 57개사의 스폰서와 개인이 지원을 했으며, 70여개의 시카고 지역 학교에서 50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그 수혜자 수는 점차 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피치의 사례는 메세나 계정이 반드시 ‘비용’일 필요도, 새로운 자원일 필요도 없음을 보여준다. 기업가가 기업이 가진 자원의 가치를 읽고 구성원과 좋은 가치를 추구한다면 메세나의 구슬 꿰기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시사점은 기업의 특성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이다. 대규모 이벤트나 주목을 끌 만한 프로그램보다 기업의 특성 살리는 기획으로 지역 내에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부분이다.

기업이 속한 지역사회의 문화수준 향상은 기업 성장의 또 다른 가교가 될 수 있다. 기업 메세나 활동이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민의 행복으로 연결된다면, 메세나의 구슬 꿰기는 마침내 출발점인 기업으로 돌아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될 것이다. 장기적 안목만 갖추고 있다면 말이다. 기업이 속해있는 지역사회에서 기업이 가진 자원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다면, 멀리 있는 혹은 미래의 고객도 마침내, 기업을 찾게 될 것이다.
채명기 DSE 회장 mkchai@dsecar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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