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상품 전성시대

▲ 4월 20일 강남역에서 B급상품 홍보에 나선 떠리몰. [사진=떠리몰 제공]

B급상품 전문몰이 인기다. 지갑은 자꾸 얇아지는데 물가는 계속 올라서다. B급상품 전문몰은 많게는 90%까지 제품을 저렴하게 팔면서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B급상품의 유혹,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아니면 반짝 인기에 그칠까.

# 4월 20일, 포털 사이트에는 ‘떠리몰’이 상위 검색어를 차지했다. 공중파 방송에서 B급상품 쇼핑몰들을 집중 조명한 탓이었다. B급상품을 파는 대표 쇼핑몰인 떠리몰 웹사이트는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한동안 접속이 불가능했다. 이날 이 사이트의 하루 방문자수가 20만명이 넘었을 정도다. 이 업체는 사이트가 마비되자 직접 트럭을 끌고 ‘강남지역’에서 게릴라성 이벤트를 펼쳤다. 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B급상품을 무료로 증정하면서 간접경험을 제공하고 나선 것.

이 업체는 강남역 근처에서 지나가는 소비자들에게 아마카 감자칩을 비롯해 과자류 2500 봉지를 배포했다. 유통기한이 한달 정도 임박한 상품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소비자는 “평상시에도 떠리몰을 이용한다”며 “이렇게 강남역 한복판에서 떠리몰의 상품을 직접 받아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ㆍ스크래치 상품ㆍ과다재고ㆍ리퍼브상품(흠집이 있는 상품을 손질해 소비자에게 정품보다 싼 가격으로 되파는 제품) 등의 B급상품 전문몰이 인기다.

식품을 주력으로 파는 떠리몰ㆍ임박몰ㆍ이유몰뿐만 아니라 IT(정보기술) 제품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도 있다. 2007년 문을 연 전시몰이 대표적이다. IT상품을 주로 파는데 미사용 전시 상품ㆍ단순 개봉 상품ㆍ리퍼브 상품 등을 주로 판다. 이 쇼핑몰에선 100만원이 넘는 노트북(전시상품)이 30만원대에 팔리는가 하면 65만원짜리 태블릿 PC가 절반가량 싸게 팔린다. 최근에는 모뉴엘 창고에 보관됐던 재고상품을 저렴하게 팔고 있다. B급상품 전문몰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년 전 90여명에 불과하던 떠리몰의 회원수는 현재 7만명이 넘는다. 매출도 매달 60~80%씩 늘고 있다. 임박몰도 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전시몰도 매년 드라마틱한 성장을 하고 있다. 전시몰의 운영업체 디지리워드의 매출은 2010년 48억원에서 지난해 267억원으로 5배 이상 올랐다. B급상품 전문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 이들 사이트는 기존 상품 가격 대비 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한다. B급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도 이유다.
 

 

특히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의 경우 문제가 없음에도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보관상태만 좋으면 우유는 유통기한이 50일 지나도 대장균 세균 등이 검출되지 않아 먹어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B급상품 전문몰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데 한몫하고 있다. 떠리몰의 경우 유통하는 제품 중 일부 품목을 선정해 대장균과 세균 검사를 진행한다. 전시몰의 경우 제조사의 정책과는 상관없이 구매한 제품에 대해 1년 무료 AS 서비스(리퍼브, 새 상품 기준)를 제공한다.

이런 활동이 B급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B급상품 전문몰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준상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B급상품 구매를 통해 소비욕구 충족은 물론 심리적 정당화를 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B급상품이라고 해도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로선 얇은 지갑에도 절약했다는 일종의 심리적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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