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할 만한 상품 죽는 까닭

▲ 신규고객 유치보다 기존고객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사진=뉴시스]
히트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다 팔릴까. 그렇지 않다. 팔리지 않으면 이미 히트상품이 아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얘기다.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마케터들이 잘못된 편견을 갖고 마케팅을 해 히트상품을 썩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거다. 마케터가 저지르는 실수들은 어떤 게 있을까.

대부분의 마케터가 갖고 있는 잘못된 편견이나 실수들을 종합해보면 대략 8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마케팅을 ‘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물론 마케팅은 판매의 극대화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하지만 마케팅과 영업은 다르다.

일단 영업 판매는 마케팅의 일부에 속하는 개념이다. 판매만을 생각하는 마케터는 좁은 안목을 가지기 쉽다. 영업담당자는 현재의 매출과 고객유지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팔면 그만’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마케팅은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고,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영업담당자보다는 좀 더 먼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비슷한 점이라면 마케팅과 영업의 임무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해야 하는 당위성, 즉 ‘타당한 이유’를 제공한다는 거다.

둘째는 고객관리보다 고객유치에 힘을 쏟는 경우다. 그러나 회사의 진정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객체는 신규고객이 아니라 기존고객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1명이라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게 신규고객 10명을 유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간단한 명제를 간과하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여러분의 회사가 기존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올 것이다. 사실 비싼 경품서비스만 나눠줘도 신규회원은 금방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실제 구매고객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규회원의 전화번호나 이메일이 가짜라면 신규회원 유치 비용만 날리고 실속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신규고객에게 줄 혜택보다 기존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를 먼저 기획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마케터가 고객의 평생가치보다 각각의 거래이익에 매진하는 경우다. 요즘은 고객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많이 발달해 있다. 기존 구입고객 관련 자료들을 잘 분석하고 활용하면 1회성 고객도 평생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 당장의 거래이익에 눈이 멀어 마진이 높은 고객에게만 정성을 쏟는 것은 단발성 장사꾼이 하는 짓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마케터는 일회성 혹은 찰나의 이익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의 가치를 나름대로 매겨 그들이 자진해서 주머니 안에 있는 지갑을 열도록 한다.

넷째, 목표가격 전략보다는 비용과 마진에 근거한 가격정책을 고수하는 경우다. 물론 단기 판매 전략으로 비용과 마진에 근거한 가격정책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마케터는 목표마진을 고려한 가격전략을 펼친다. 한 건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이익을 보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제조원가 혹은 구입원가에 일정 비율의 이익을 얹어서 가격을 매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소비자가격이 결정되면 이익을 많이 볼 수 있는 상품군과 최저마진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품군을 나눠 여러 상품군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판매하는 게 바로 목표가격 전략의 좋은 예다. 

진짜 마케팅은 현장에 있다

다섯째, 마케팅을 마케팅부서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대부분 규모를 가진 회사의 조직도를 보면 마케팅 전담부서가 있다. 개중에는 판매에만 급급한 마케팅부서가 있는가 하면 타부서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마케팅부서도 있다. 또한 영업부서와 마케팅부서 간에 힘겨루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조하건대, 모든 회사의 업무는 마케팅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마케팅부서는 회사의 마케팅 성과 달성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회사 전체가 발전적 성공모델에 따라 전 부서가 지속적으로 세력을 규합할 수 있도록 미래 청사진을 제공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여섯째, 현장을 나가지 않고 마케팅 기획안을 만드는 경우다. 현장감이 없으니 제대로 시장조사가 될 리 만무하다. 마케터에게 탁상행정은 절대로 해선 안 되는 금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장사가 조금만 잘 되면 마케터가 사무실에 앉아 다음 번 판매기획안을 작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현장경영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통해 자사 매장의 아이덴티티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속적으로 현장을 직접 시장조사 하는 것’이다. 책상 위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정보와 자료가 현장에는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유명한 CEO들이 현장을 드나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장성규 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사장의 취미생활은 ‘매장 방문’이었다. 2002년 취임 이후 3년 동안 전국 매장만 5000번을 찾았단다. 1일 평균 5~6곳을 방문한 셈이다. 이를 통해 그는 직원들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정보들을 얻었다. 현장 정보를 갖고 본사 직원들과 회의도 열었다. 현장 직원이야말로 새로운 마케팅 기획안의 정보원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여전히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건재한 건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곱째, 마케터가 소비자를 가르치려 하는 경우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쉬워졌다. 때문에 소비자들 중에는 마케터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이들도 많다. 그런데 여전히 이런 소비자를 훈계하듯 가르치려는 기업과 마케터가 참으로 많다. “고객님, 이건 이렇게 하셔야 하고요, 저건 저렇게 하셔야 합니다” 하는 식이다. 하지만 미국 광고회사 싸치앤싸치(Saatchi&Saatchi)의 케빈 로버츠 대표는 이렇게 조언한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거나 알려주려 하지 말고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 가르치지 말고 배워라

절대 소비자를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 자칫하다간 마케터가 먼저 무장해제를 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40~50대 주부 고객은 더 조심해야 한다. 마케터가 현장을 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 기획안을 만들 때, 이들은 온종일 인터넷과 케이블 TV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압축하고 비교해서 입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마케터의 사부다. 오히려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들에게서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덟째, 업業의 핵심을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MBA를 취득했다는 이유로 ‘마케팅은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그득하다. 문제는 그런 자부심의 도가 지나치면 자신이 속한 업의 본질을 간과하기 일쑤라는 거다. 21세기에는 여러 가지의 업이 병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업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과거의 안경을 쓰고 현재를 바라보고 있으니 자연히 현실감 없는 기획안과 쓸데없이 자원이 낭비되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업의 개념 없는 마케터는 일류상인이 될 자격이 없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정리 |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