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보는 오페라 | 사랑의 묘약

▲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오랜 기간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사진=뉴시스]
사랑의 묘약은 분명히 수없는 오페라 부파(18세기에 발생한 희극적 오페라) 중에서도 보석 같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유진 스크립(E. Scribe)의 작품 le Filtre(묘약)에 대본을 붙인 작품이다. 작가는 보도빌(vaudevilles) 코미디 스타일로 작품을 썼다. 보드빌은 풍자성을 의미하는 부아 드 빌(voix de villeㆍ거리의 소리)에서 유래된 말이다. 영국에서는 버라이어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도빌 스타일로 쓰인 오페라는 보통 극 중간 결과를 알 수없는 속임수나 계략 등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러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센세이셔널한 사건으로 모든 이야기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하지만 ‘사랑의 묘약’은 작곡가 도니제티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아니다. 밀라노의 칸노비아노(Cannobiano) 극장에서 의뢰한 날짜를 지키지 못해 2주 만에 벼락치기로 만든 작품이다. 2주 중 1주는 대본가와 함께 대본을 숙지하는 데 허비한다. 불과 1주 만에 쫓기다시피 하며 작곡을 마무리한다. 그런데도 초연 당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32일 동안 연속 공연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오늘날까지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연중 상영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코미디 오페라 중 이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진 작품은 드물다. 또한 이 작품은 사랑의 아픔을 표현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로 유명하다. ‘하염없는 내 눈물 뺨 위를 흐르네’로 시작해 ‘나는 너를 영원히 잊을 수 없으리라’로 끝나는 이 아리아는 서정적이면서 슬픈 단조 멜로디로 잘 알려져 있다. 도니체티의 아리아 중 명곡으로 꼽히기도 한다.

얼마 전 TV쇼에 나온 쎄시봉 출연자들조차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르기도 했다. 이 오페라의 주인공인 네모리노(테너)는 마을에서 순박하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시골청년이다. 반면 그가 짝사랑하는 아디나(소프라노)는 소위 말하는 이 마을 퀸카다. 아름답고 똑똑한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고백을 번번이 뿌리친다. 그러던 중 상심한 네모리노에게 가짜 약장수 둘카마라(베이스 바리톤ㆍ오페라 코미디에 적합한 바리톤으로 목소리보다는 연기력이 요구되는 코미디 전용 바리톤이다)가 등장한다.

그는 순진한 네모리노를 속여 싸구려 와인을 ‘사랑의 묘약’이라며 속여 판다.  네모리노는 그즉시 사랑의 묘약을 마셔보지만 아디나는 별 다른 반응이 없다. 마침 돈이 떨어진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또 한번 사기 위해 군입대를 결심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르며 아픈 마음을 노래한다. 우연히 약장수 둘카마라와 마주친 아디나는 둘카마라로부터 네모리노의 고민을 알아차린다. 아디나는 그간의 사실을 알고 네모리노의 사랑에 감동해 사랑에 빠진다. 아디나는 입대 지원서를 네모리노 모르게 사들이고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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