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 기로에 선 벤처신화

▲ 팬택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청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상은 또 빗나갔다.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팬택의 공개 매각 입찰이 무산됐다. 직원들은 끝까지 희망을 끈을 놓지 않겠다고 결의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실낱같은 희망과 경제논리 중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팬택 매각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국내외 업체 3곳이 매각 마감날인 지난 17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후속입찰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3곳의 실질적인 인수 의사 또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4번째 매각 여지가 더 이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다. 팬택 직원들은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팬택 임직원들은 지난 22일 혹시 모를 인수자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고용유지에 관한 처분을 인수자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팬택의 한 직원은 “모든 걸 내려놓은 상황”라며 “결정이 빨리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회사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지켜봐온 그의 표정과 말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팬택의 매각 실패는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본입찰이 유찰되며 첫번째 공개매각에 실패했고 이어 올해초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된 두번째 매각작업도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 자산운용사 원밸류에셋 컨소시엄이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팬택은 새주인을 찾는 듯했지만 원밸류에셋 컨소시엄은 인수대금을 송금하지 않았다. 매각이 불발로 끝나면서 업계에선 대한민국의 벤처신화의 몰락에 대한 탄식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팬택이란 기업의 가진 가치와 의미 때문이다. 팬택은 1991년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한때 세계 7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며 국내 이동통신 기술과 ICT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왔다. 등록 특허(2014 기준) 4073건, 출원 중이 특허는 1만4789건에 달한다. 팬택 관계자는 “2013년 기준 벤처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넘은 곳은 총 8개(모뉴엘 포함), 팬택은 그 안에 들었고 그렇게 24년간을 버텨온 의미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이 청산 절차를 밟으면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다. 채권자의 빚잔치로 기술이 유출될 공산이 크다.

돈만 된다면 국내든 해외든 물불 가리지 않는 게 채권자들의 생리라서다. 원천 특허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란 분석도 있지만 국내 기업의 기술 유출이 득이 될 순 없다. 기술 문제뿐만 아니다. 팬택이 사라지면 현재 남아 있는 임직원 1500여명과 500여개의 협력업체의 고용도 불안해진다. 우수한 인력들의 해외 경쟁업체로의 유입도 막을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팬택의 위기, 한국경제에도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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