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 기로에 선 벤처신화
팬택 매각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국내외 업체 3곳이 매각 마감날인 지난 17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후속입찰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3곳의 실질적인 인수 의사 또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4번째 매각 여지가 더 이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다. 팬택 직원들은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팬택 임직원들은 지난 22일 혹시 모를 인수자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고용유지에 관한 처분을 인수자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팬택의 한 직원은 “모든 걸 내려놓은 상황”라며 “결정이 빨리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회사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지켜봐온 그의 표정과 말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며 국내 이동통신 기술과 ICT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왔다. 등록 특허(2014 기준) 4073건, 출원 중이 특허는 1만4789건에 달한다. 팬택 관계자는 “2013년 기준 벤처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넘은 곳은 총 8개(모뉴엘 포함), 팬택은 그 안에 들었고 그렇게 24년간을 버텨온 의미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이 청산 절차를 밟으면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다. 채권자의 빚잔치로 기술이 유출될 공산이 크다.
돈만 된다면 국내든 해외든 물불 가리지 않는 게 채권자들의 생리라서다. 원천 특허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란 분석도 있지만 국내 기업의 기술 유출이 득이 될 순 없다. 기술 문제뿐만 아니다. 팬택이 사라지면 현재 남아 있는 임직원 1500여명과 500여개의 협력업체의 고용도 불안해진다. 우수한 인력들의 해외 경쟁업체로의 유입도 막을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팬택의 위기, 한국경제에도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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