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장남의 갤럭시아 괜찮나

오너 일가의 황태자가 그룹 계열사를 만들어 IT 신사업을 추진했다. 실적이 신통치 않자 모그룹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버지도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럼에도 실적은 좀체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황태자는 계열사의 지분을 아버지에게 팔아버렸다.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의 이야기다. 그의 IT신사업, 미래가 있을까.

▲ 조현준 효성 사장이 이끌고 있는 갤럭시아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2008년 3월. 조현준 효성 사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키투넷솔루션의 지분을 취득하고 최대주주(지분율 42.23%)가 됐다. 2009년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갤럭시아컴즈)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다른 IT업체를 인수·합병(M&A)하거나 지분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현재 계열사로 갤럭시아디스플레이·갤럭시아디바이스·인포허브·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등이 있다. 이들을 일컬어 ‘갤럭시아 그룹’이라고 부른다. 조현준 사장이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그룹의 IT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갤럭시아컴즈는 2013년까지 7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자회사들의 부진이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갤럭시아디바이스는 2009년까지 주력 제품인 피처폰의 키패드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2012~2013년 누적 영업손실이 500억원에 육박했고, 모회사인 갤럭시아컴즈의 재무구조까지 악화시켰다. 갤럭시아컴즈의 또 다른 자회사 갤럭시아디스플레이는 자본금이 -211억원으로 떨어져, 자본잠식에 빠졌다.
다른 계열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2013년 매출 602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한 반도체 부품업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매출 671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을 올려, 적자 전환했다. 꾸준히 흑자를 내던 모바일 결제 시스템 기업 인포허브도 지난해 영업손실 2억6000만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계열사의 영업부진이 지속되자 조 사장은 극약처방을 내렸다. 일부 계열사는 합병하고, 자금난이 심각한 계열사는 아예 팔아버렸다. 소프트웨어 업체 갤럭시아미디어(2011년 5월 매각), 골프용품 판매업체 제이슨골프(2012년 매각)가 대표적이다.

아버지도 후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갤럭시아디바이스 지분 100%를 9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갤럭시아컴즈가 지난해 흑자전환(연결기준 영업이익 18억원)에 성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효성이 갤럭시아그룹을 지원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효성은 갤럭시아포토닉스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50억~235억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렇게 지원한 자금만 745억원. 결국 효성은 갤럭시아포토닉스의 지분 82.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효성 그룹의 자회사 효성투자개발은 지난해 12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발행하는 1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담보를 제공했다. 담보물은 대구 수성구 소재 토지와 건물로 300억원 규모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갤럭시아 그룹의 매출 규모와 효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서 그룹 차원의 지원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 사장이 밀어붙인 사업에 ‘봄바람’이 깃들 가능성은 반반이다. 되레 ‘모그룹 또는 아버지가 도와준 사업의 끝은 언제나 좋지 않았다’는 비관론이 더 많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진했던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이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자본금 400억원을 토대로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그룹의 인터넷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회사였다. 이 부회장은 설립 당시 출자자로 나서 e삼성 지분 60%, e삼성인터내셔널 지분 55%를 보유했다.

황태자의 신사업, 그 결말은

하지만 두 회사는 ‘IT거품’이 꺼지면서 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e삼성인터내셔널은 설립 첫해 76억원의 손실을 냈다. e삼성과 6개 해외법인의 2000년 총 적자는 141억원에 달했다. 결국 2001년 7월 이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e삼성 지분을 제일기획과 삼성SDI 등 8개 계열사에 넘겼다. 이 부회장의 첫 사업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갤럭시아그룹과 e삼성은 그룹 총수 장남의 신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모그룹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과 IT 관련 기업이라는 점도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e삼성은 실패로 막을 내렸고, 갤럭시아는 ‘죽음의 바다’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e삼성과 갤럭시아그룹 이외에도 오너2세 회사에 모 기업의 지원은 흔하게 볼 수 있다”며 “사업이 잘 돼 그룹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 모를까 계속되는 지원에도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면 애꿎은 모 그룹에 부담만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e삼성의 지분(장부가 120억원)을 208억원에 인수한 제일모직은 ‘계열사 부당지원’이라는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을 당한 바 있다. 부당지원이든 그렇지 않든 그룹 황태자의 실패가 계열사에 부담을 줬다는 거다. 갤럭시아그룹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표면적으론 e삼성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어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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