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다이어트의 핵심은 빠진 몸무게가 아니라 건강한 몸을 만드는 거다. [사진=뉴시스]

모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에 살을 신들린 듯 줄여나가는 코너가 있다. 야윈 사람도 동시 출연하는데 그의 임무는 비만인과 달리 살을 찌우는 것이다. 특정인의 체중 증가와 감소를 동시에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음식이 풍족한 환경에서, 마른 이의 살찌고 싶다는 소망은 눈총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자신의 살도 어쩌질 못하는 우리는 마른 자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비만인이 개그의 소재로 등장한 것은 낯설지 않다.

비만이 하나의 질환으로 치부되는 세상에서 음식을 탐닉하거나 비만을 비웃는 듯한 개그는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했다. 방송에서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자는 일주일에 한번, 체중계에 올라 저울의 눈금으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시청자들은 마치 자기 일인 양, 일주일 만에 갓난아이 한 두명만큼의 무게를 몸에서 덜어낸 그들에게 환호를 보낸다.

체중이란 과연 마음먹기에 따라 고무줄 늘이고, 줄이듯 할 수 있는 것일까. 저울의 눈금을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은 집단 최면에 걸린 듯하다. 일주일간 저 친구의 몸에서 어떤 성분이 빠져나갔는지엔 관심이 없고 그저 줄어든 숫자에 주목할 뿐이다. 지난 일주일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이 간다. 인간의 체중 중 약 40~50%를 차지하는 것이 골격에 붙어 있는 골격근이다.

그 구성 중 75%는 물이다. 신체 조성 성분 중 특정 성분만을 골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체지방만을 골라 줄일 수 없다는 의미는 근 손실 등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음을 뜻한다. 손쉽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세태에 부합하는 듯한 감량시도 프로그램이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돼선 안된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비만 해소 노력이 자칫 쉽고 빠른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초절약 식이나 혹독한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체중이 아니라 개인의 기초대사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체성분의 구성비가 달라져야 한다는 거다. 체지방을 줄이고 제지방을 늘려 효율적으로 에너지 관리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은 무척 어렵다. 저울의 눈금이 아니라 정말 건강한 몸이 되어 가는지 주목해야 한다. 체중 감량은 관리가 잘못돼 체중이 불어난 기간, 또는 그 이상의 기간만큼 정성을 다해 체계적으로, 조금씩 이뤄져야 한다. 살찌우기 역시 주의해야 한다.

마른 사람을 살찌우기 위해 열량이 높은 음식을 의도적으로 먹이는 것은 아주 잘못된 방법이다. 마른 자에게 절식을 시도해서 요요를 경험하게 하고 체중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편법에 불과하다. 비만인의 체중을 줄이고, 야윈 자의 살을 불리는 것이 대중의 관심을 자극해 시청률을 올릴 순 있겠지만, 그 이면의 많은 문제가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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