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의 도전

패션 기업이 쇼핑몰을 오픈해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쇼핑몰, 다소 낙후된 건대 상권에 젊은 감각으로 똘똘 뭉쳤다. 레고를 연상케 하는 외관, 생소한 신진브랜드, 그리고 젊은 청년 창업가들이 만들어 파는 음식들이 눈길을 끈다. 요즘 핫하다는 이 쇼핑몰을 파헤쳐 봤다.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신개념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를 오픈했다.
#젊음의 거리, 건대입구. 2호선 지하철 건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롯데백화점, 스타시티 등이 있는 건대입구 메인 상권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로데오거리가 있긴 한데 보기에도 오래된 상가로 가득하고 썰렁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이곳에 최근 낯선 느낌의 건물이 등장했다. 파란색 컨테이너 박스를 켜켜이 쌓아 만든 건물인데 얼핏 레고를 떠올리게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사업 부문ㆍ이하 코오롱FnC)이 10일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 로데오거리 근처에 오픈한 복합쇼핑몰 ‘커먼그라운드’다. 패션기업이 만들어서일까. 이 쇼핑몰, 기존 쇼핑몰과 많이 다르다. 일단 외관이 독특하다. 12m 길이의 특수 컨테이너를 200개를 쌓아 올려 만들었다. 국내 최초 컨테이너 쇼핑몰로, 영국 런던 ‘박스파크’,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테이너 파크’와 비슷하다.

젊은 감각 넘치는 쇼핑몰

이 쇼핑몰은 건대 상권의 젊은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외관뿐만 아니라 쇼핑몰 내부도 젊은 감각으로 채운 이유다. 입점 브랜드만 봐도 알 수 있다. 뉴에라, 반스 정도를 제외하고 생소한 신진 브랜드로 가득하다. 오프라인에서 처음 신고식을 치른 곳도 있다. 연예인 김준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에바주니(EVAJUNIE)’는 이곳에 오프라인 숍을 처음 오픈했다. 언더웨어 전문브랜드 인에이(IN A),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전문숍 칼리프애쉬(CALIPHASH)도 마찬가지다.

메인홀 1층의 어드바이저리 매장 관계자는 “대부분 입점 브랜드가 가로수길이나 홍대 등에서 알음알음 유명한 곳이다”며 “개성 넘치는 브랜드들이 있어서 그런지 고객들 분위기도 자유분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쇼핑몰 메인홀에 DJ부스가 따로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선 전문 DJ가 직접 음악을 선곡해 튼다. 바로 앞쪽에는 팝업스토어 공간이 있는데 현재 YG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론칭한 코스메틱 브랜드 문샷의 팝업스토어가 있다. 이 공간은 팝업스토어뿐만 아니라 문화공연 등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 커먼그라운드 메인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쇼핑몰은 메인홀과 스트리트홀 두개동으로 각각 구성돼 있다. 메인홀에는 주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가 배치돼 있고, 스트리트홀에는 여성 패션 브랜드와 이와 어울릴 만한 잡화가 주로 팔린다. 이 두개동 사이에는 ‘공터’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있다. 그런데 이 공간은 허투루 버려지지 않는다. 4개의 푸드트럭이 자리 잡고 있다. 홍대 맛집으로 유명한 오뉴월 츄러스, 핸인핸버거가 푸드트럭을 두고 음식을 판다. 모두 청년사업가가 운영하는 유명 맛집이다.

미니버스를 개조해 2011년부터 582일간 34개국을 달리며 김치를 알려온 류시형(33) 김치버스 대표도 이곳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그는 전세계를 누빈 김치버스를 새롭게 개조해 이곳에서 멕시칸 요리를 팔고 있다. 류 대표는 “독특한 콘셉트가 우리와 어울리는 것 같아 커먼그라운드에 입점을 신청했다”며 “앞으로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반응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쇼핑몰 옥상에는 레스토랑, 펍 등 먹을거리가 많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없고 유명 셰프ㆍ소상공인ㆍ청년 사업가들의 음식점들로 배치했다. 한의사와 금융사 직원, 그리고 영국인 기자가 모여 이태원 경리단길에 만든 수제 맥줏집 더부스, 경북 청송산 산나물을 주재료로 ‘산나물밥’ 등을 만들어 파는 청년사업가 김가영(29)씨의 한식 레스토랑 소녀방앗간도 눈에 띈다.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플랫폼 제공

커먼그라운드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독특한 콘셉트다. 이름만 봐도 그렇다. 커먼그라운드를 담당하는 오원선 전무는 4월 10일 커먼그라운드 오픈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커먼그라운드 로고의 상징물인 네모 박스는 컨테이너의 문이면서 동시에 열린 광장이다. 공통의 합의점이라는 의미도 있다. 함께하는 공간, 컴온! 그라운드 등의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커먼그라운드에는 신진 브랜드ㆍ소상공인ㆍ청년 창업가들의 숍으로 구성돼 있다. 상생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코오롱FnC는 입점 브랜드에게 보증금을 받지 않고 판매 수수료도 낮게 책정했다. 커먼그라운드의 식음료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의 수수료는 각각 15%, 20~25%다. 기존 유통업체의 패션브랜드 판매 수수료는 30% 정도다. 무엇보다 커먼그라운드에는 코오롱FnC의 브랜드가 하나도 없다. 코오롱FnC는 20여개의 자체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신진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 회사의 행보와도 묘하게 궤를 함께한다. 코오롱FnC는 경쟁사들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과 달리 쿠론, 슈콤마보니 등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해 키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커먼그라운드가 세워진 부지도 눈여겨볼만하다. 이 부지는 택시 차고지로 이용되던 유휴지다. 건대 메인 상권과는 동떨어져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침체된 지역 상권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커먼그라운드에 대한 시장 평가는 어떨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오롱이 새로운 시도를 한 것만은 분명하다”며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앞으로의 이런 시도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코오롱이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을 들고 나온 것은 신선하다”며 “특히 저비용 전략을 통해 소상공인을 돕고 지역상권을 살리는 콘셉트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인지도를 높인 후 입점업체에게 판매 수수료를 높이거나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관건은 지금의 콘셉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교수는 또 “앞으로 코오롱FnC가 커먼그라운드의 확장을 위해 지자체의 공공부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커먼그라운드는 대형 팝업 복합쇼핑몰로 8년 동안 운영을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건대점 콘셉트가 제대로 안정되면 2호점, 3호점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컨테이너를 이용한 건축은 기존 건축물과 비교해 유동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작은 규모로 지어 지역상권과 어우러지며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먼그라운드의 미래, 앞으로 지켜볼 일만 남았다.
글ㆍ사진 |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