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면 주의 깊게 보라

▲ 송길영 지음 | 북스톤 펴냄
정말 ‘쿨’한 리모컨이 있다. 스마트폰 같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최첨단 LCD 리모컨이다. 마음만 먹으면 버튼 배열도 막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잠잠하다. 우리에게 리모컨이란 뭔가. TV가 멀리 있거나 발이 화면에 닿지 않을 때 쓰는 기계에 불과하다. 보통 소파 쿠션 틈에 들어가 있거나 가끔 냉장고 속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러니 최첨단 리모컨은 부담스러워서 쓰지 못한다. 기업은 보통 신제품을 개발할 때 수많은 데이터를 이용한다.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아무리 많은 사례와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 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일상’을 보지 않으면 헛수고다. 저자는 더 이상 ‘상상하지 말라’고 말한다. 대신 ‘사람’을 보라고 말한다.

한 여자가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며 아메리카노 한잔 마신다. ‘된장녀’의 표본이다. 하지만 요즘 어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듯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러고 있다. ‘된장녀’라 욕하던 행동이 어느새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된 거다. 최근 몇 년간 남자가 ‘아이’를 돌보고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과거의 가부장적이고 위엄 있는 남성의 모습을 생각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상이다. 이렇듯 현재는 우리가 과거엔 절대 상상할 수 없던 일로 가득하다. 저자가 상상하지 말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을 관찰해야 그들의 행동에 깃든 욕망을 알 수 있다는 거다. 사람들은 대놓고 ‘된장녀’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스포츠카가 있다. 스포츠카는 주로 450마력에 최고 속도 시속 300㎞의 스펙을 자랑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스포츠카를 몰고 강남역에 간다. 차가 막혀서 시속 20㎞이상 속도도 못내는데 말이다. 공간이 좁은 데다 연비도 형편없다. 그럼에도 스포츠카의 판매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여심’을 자극해서다. 하지만 광고에서 ‘이 차를 타면 여자가 생겨요’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 그 대신 기능을 최대한 그럴듯하게 소개해야 한다. 스포츠카를 타는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이렇듯 사람들의 일상을 주의 깊게 보면 통찰력이 생긴다. 이것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기업의 CEO는 대부분 50대 이상의 남성이다. 그리고 상당수 기업은 CEO가 결정을 내린다. 제품개발부터 마케팅 전략ㆍ디자인ㆍ포장, 심지어 로고까지. 직원 누구도 감히 오너의 의견에 반박하지 못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아이폰처럼 ‘쿨’해야 팔리는 시대에 기성세대의 의견은 더 이상 ‘쿨’하지 않다는 거다. 다음 세상의 주인은 언제나 젊은 사람이다. 모든 결정을 CEO가 내리기보다 가장 젊고 잘 노는 사원에게 맡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책은 잘 파는 방법을 말한다. 정답은 일상 속에 숨어 있다. 유심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지원 더스쿠프 인턴기자 jw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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