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 팝업스토어는 트랜슈머를 공략하는 전략 중 하나다.
트랜슈머 2세대라 할 수 있는 트랜슈머 2.0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물질적 풍요와 소유를 충분히 경험한 다수의 소비자가 존재해서다. 이제 새로움이라는 경험을 파는 것도 기술이다.

2014년 인천항공 여객수가 5000만명에 육박하고 세계 항공이용 여객수가 60억명을 넘었다고 한다. 세계 인구수 73억과 맞먹는 인구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셈이다. 일 때문에 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동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유통시장도 호황이다.

2003년 영국의 디자인 컨설팅 그룹 피치(Fitch)사는 외국을 여행하면서 공항이나 호텔에서 쇼핑하는 소비자를 트랜슈머라고 이름붙였다. 이들은 커다란 첨단 TV나 작은 자동차를 살 수도 있을 만큼의 돈을 여행이라는 경험에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항공료와 숙박비 외에도 여행을 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새롭거나 감동적인 경험을 위해 돈을 쓴다.

트랜드조사업체인 트렌드워칭닷컴은 2006년 트랜슈머의 개념을 확장해 물리적으로 여행을 하지 않고도 여행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경험과 서비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트랜슈머라고 불렀다. 트랜슈머들은 일상을 떠나 물질보다 서비스 소비를 통해 일시적으로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물질적인 소유욕을 어느 정도 충족한 사람들로 물질적 소유물을 지루해하고 소유물을 관리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대신 지금 바로 여기(Here and Now)에서 소비하고 싶어한다. 트랜슈머 2세대라 할 수 있는 트랜슈머 2.0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물질적 풍요와 소유를 충분히 경험한 다수의 소비자가 존재해서다. 상류층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중간소득층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한 영역에서는 고급제품을 소비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작은 사치를 즐긴다.

발달된 통신시설과 유통인프라로 인해 정보와 제품의 교류가 활발해진 것도 트랜슈머리즘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트랜슈머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의 뮈브박스(Muvbox)는 움직이는 대형 컨테이너인데 펼치면 세련된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이 레스토랑은 바닷가나 공원, 거리 등 어디서나 음식을 팔고 SNS를 통해 홍보를 하고 예약을 받는다.

싱가포르의 베뉴 브이박스(Venue VBOX)도 컨테이너 형태의 포터블 스토어로 일정 기간마다 장소를 이동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의류를 판다. 싱가포르의 한 음료회사는 소비자는 뚜껑을 따서 마시기 전까지는 이 음료가 딸기맛인지, 포도맛인지 알 수 없는 ‘Anything & Whatever’라는 이름의 음료를 판다. 소유보다 일회적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각종 명품대여 사이트도 사방에서 성업중이다.

대여 사이트에서는 명품가방이나 의류 외에도 최고급 자동차, 심지어 제트기까지 대여해준다. 이 모든 제품 또는 서비스의 공통점은 소비자에게 제품보다는 새로움이라는 경험을 판다는 것이다. 남는 것도 없는 일회적인 서비스에 돈을 쓰는 것은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광장한 낭비다. 하지만 물질의 홍수에 지치고 경쟁에 지친 오늘날의 소비자에게는 단 한번만이라도 진정한 왕이 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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