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 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젊은 유학파라는 점에서 대림그룹의 보수적인 사풍과는 다른 경영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오너 3세인 이해욱(47)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오는 7월 1일 그는 대림그룹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52.3%)가 된다. 그럴 경우 부친 이준용(77ㆍ2세) 명예회장의 지분율(42.7%)을 앞질러 실질적인 그룹 오너로 자리를 잡는다. 건설ㆍ석유화학의 명가名家로 통하는 재계 19위(2014년 4월 기준)의 대림그룹 회장 자리가 그를 부르고 있다.

재계에서 대림그룹 오너들은 ‘보수적 가풍家風’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이준용 명예회장(오너 2세)의 부인상이 났을 때 자택에서 장례를 치른 후에야 외부에 알릴 정도였다. 자녀들 결혼식 때도 청첩장에 시간과 장소를 적지 않는다고 한다. 주위에 민폐를 까치지 않겠다는 창업자(고故 이재준 명예회장)의 철학이 이어진 결과다.

오너들의 보수적 가풍은 자연스럽게 그룹 경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실 위주의 경영과 보수적 사풍社風이 그것이다. 경기도 시흥의 큰 정미소 집안 출신인 창업자는 1939년 목재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76년이 지난 오늘날 22개 계열사에서 연매출 23조원 상당을 올리는 재계 주요 그룹으로 성장했다. 오너들이 3대에 걸쳐 사업을 전개한 결과다. 그 중심에는 건설과 석유화학을 양대 축으로 연매출 10조원 상당을 올리는 대림산업이 있다. 

보수적인 대림그룹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이 있다. 선대 오너들이 나이가 차면 경영권을 물려주고 후대들은 물려받는 일이다. 재계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을 둘러싸고 진행돼 온 경영권 승계 작업의 최근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오너 3세들(3남 2녀) 중 장남인 그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그래픽 참조). 하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경영권이 그에게 완전히 넘어가느냐 하는 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그는 CEO로서는 상대적으로 어린 편이다. 최근 한 경영전문 월간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100대 그룹 CEO 중 그가 최연소(1968년생ㆍ47세)였다. 선대 오너들과 경영관이나 경영스타일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그룹 내부는 물론 국내외의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4월 22일 대림그룹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이 주요 공시를 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어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사안이었다. 골자는 이사회에서 대림I&S와의 사업통합을 위해 합병을 의결했다는 것. 1994년 설립된 대림코퍼레이션은 석유화학 트레이딩과 물류사업을 하는 회사다(2014년 매출 3조5629억원). 1995년 설립된 대림I&S는 IT사업을 주력으로 한다(2014년 매출 2676억원). 대림코퍼레이션의 합병 신주를 대림I&S 주식과 교환하며, 합병비율은 1대4.19로 정해졌다. 합병은 5월 26일 주총 결의를 거쳐 7월 1일자로 완료된다. 표면적인 합병 이유는 경영상 시너지 창출, 재무구조 개선, 신규사업 가속화 등이다. 

 
하지만 재계는 합병으로 인한 부친 이 명예회장과 아들 이 부회장 간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 역전 현상에 더 주목한다. 두 사람의 지분율이 기존 60.9%와 32.1%에서 42.7%와 52.3%로 역전된다는 것. 대림코퍼레이션은 그룹의 대표회사인 대림산업 지분 21.67%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고리로 다른 계열사들도 지배하고 있다. 재계는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지주회사 최대주주에 오르고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마지막 수순을 밟는다고 본다. 나아가 사실상 ‘이해욱 경영체제’도 출범시키게 된다고 해석한다. 이제 회장직에 올라 대내외적으로 오너 3세 승계자란 점을 공식 선포하는 일만 남았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합병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도 들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초 대림I&S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99.17%)로 있는 대림I&S를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해석. 실제로 그는 2008년에도 지분 100%를 보유한 대림H&L과 대림코퍼레이션을 합병해 단숨에 대림코퍼레이션 2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런 합병 방식이 증여세 등을 회피해 편법승계 시비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는 대림그룹이 이미 7~8년 전부터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을 조금씩 해 왔다고 본다. 이 부회장은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 대리로 입사해 20년간 근무해 왔다. 건설과 석유화학 양대 부문의 거의 모든 직급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경영권 승계 얘기는 2007년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맡았을 즈음부터 나왔다.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에 이어 2011년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이후부터는 보다 피부에 와 닿게 승계 얘기가 흘러 나왔다.

 
오너 3세 승계 공식 선포만 남았나

재계는 이 명예회장이 아직도 주요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이미 그룹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본다. 대림그룹의 특성상 앞으로도 아버지 이 명예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마다하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보수적인 경영기조의 변화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어찌 됐든 이번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역할이 보다 더 강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부회장은 재계에서 그리 많이 알려진 경영자는 아니다. 대외적으로 활발한 편이 못되는 보수적인 그룹 특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CEO란 점도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과 같은 1968년생이다. 경복고 동문이란 점을 고리로 해 무척 친한 사이로 재계에 알려져 있다. 이들 모두가 한국 재계의 떠오르는 리더군群으로 분류된다고나 할까.

미국 유학파인 그는 학창시절 건축공학ㆍ경제학ㆍ응용통계학 등을 전공했다. 아버지 이 명예회장의 외모와 성격을 많이 닮아 체격은 크고 듬직하지만 성격은 세심하고 부지런한 것으로 재계에 소문나 있다. 실용적이고 추진력이 있다는 그는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히트작 ‘e편한세상’ 탄생의 주역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1,2세 오너들과는 다른 재벌가家 3세로서의 면모는 그의 취미 생활을 통해서도 감지된다. 재즈와 드럼을 즐기며 대림미술관 관장을 맡을 정도로 미술 애호가이기도 하다. 자동차 마니아로 보유 차량만도 상당한 숫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등에서는 젊은 그가 다양한 사업기획과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e편한세상’ 브랜드 전개, 기업형 임대주택 등 디벨로퍼(종합 개발사업자) 추구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의 경영역량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지적한다. 대림산업 대표가 된 2011년 이래 적자와 흑자를 오가며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지에서 발생한 손실 여파로 2702억원이란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경영권 승계에 큰 진척을 보인 그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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