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투자전략

▲ 기준금리 1% 시대를 맞아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역발상 투자 전략이 떠오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역발상 투자에 관심이 많아졌다. 역발상 투자란 정석이나 원칙을 벗어난 투자 전략이다. 남들이 투자를 꺼리는 곳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얘기다.

# 정년퇴직을 2년가량 앞둔 김오성(57·가명)씨는 1년 전 서울의 한 산업단지에 있는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 상가 3층에 198㎡(약 60평) 규모 점포를 3억원에 분양받았다. 보유현금 2억원에 1억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이자비용(금리 4%)과 입점 중인 점포 보증금(2000만원)을 제외한 연 수익은 2000만원.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무려 13.33%에 달했다.

상가 투자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접근성이 좋은 1층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높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1층을 제외한 층수(지하층 포함)에서 고수익이 나오면서 투자법칙이 깨지고 있다. 김씨의 상가에 들어선 퓨전음식점은 3층에 있지만 성업 중이다. 김씨는 “소득이 높은 젊은 직장인이 많은데다 구내식당 없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 같은 건물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며 “투자금을 많이 드는 1층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마곡지구에 분양중인 한 주차전용상가는 상층부인 8층이 1층보다 먼저 분양을 마감했다. 이 건물의 주된 용도는 업무 시설로, 임차인들은 조망권과 저렴한 임대료를 고려했다. 지하층의 인기도 늘어났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송파 푸르지오시티 단지에 있는 상가의 지하 1층의 한 점포의 분양가는 5억2630만원. 그러나 월 임대료가 400만원에 보증금은 6000만원으로 연 수익률이 10.29%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지하 1층에 위치한 다른 점포의 수익률도 9.27~9.5%에 달했다. 반면 지상 1층에 위치한 같은 규모의 점포는 분양가가 25억원에 달했지만 월 임대료는 860만원으로 연 수익률은 4.3%에 불과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단지에 있는 상가 역시 지하층 상가에 프리미엄이 더 높게 형성됐다. 지하층 상가에는 평균 2000만~25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는 반면 지상1층의 프리미엄은 1000만~2000만원 정도다. 삼성SDS가 입주한 송파향군타워 인근의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상가 역시 지하층에 입점한 상가점포의 인기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층 투자법칙이 깨지자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상층부를 분양받는 투자자와 임차인을 위해 테라스를 독점으로 제공해 사용면적을 넓히거나 상층부 업종의 고객 유치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늘리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택지지구에 분양된 근린상가 1층의 수익률은 평균 6~8%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층의 수익률은 이보다 높은 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층부 상가는 평균치를 뛰어넘는 고수익을 내기도 한다. 상층부 상가에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점포를 운영하며 투자금 대비 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다. 2년전 수도권 한 상가의 2층 점포를 5억원에 분양받아 감자탕집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박경한씨(47·가명)가 그런 사례다. 박씨 가게의 일 매출은 100만~150만원. 실 투자금(3억5000만원) 대비 수익률은 12.76%에 달한다. 박씨는 “1층 상가의 높은 투자금액은 부담”이라며 “차라리 넓은 공간을 활용해 매출을 올리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층 투자 법칙의 붕괴

업계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1층 상가의 높은 분양가를 지목한다. 내수 경기가 부진하자 투자자들이 접근성이 좋은 1층으로만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본래 1층에 있을 법한 업종 분포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1층 업종인 은행·약국·부동산 등이 점차 상층부로 올라가고 있는 거다.

오피스텔은 상층부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고정관념도 점차 깨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조망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익률만 따지면 저층부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 임대를 고려한다면 저층부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상층부는 저층부보다 분양가가 5~10% 높게 책정된다. 하지만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저층보다 10%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오피스텔 저층부를 배려한 건축 설계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송파 푸르지오시티는 전체 1249실 중 3층만 테라스 하우스로 꾸며 눈길을 끌었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오피스텔임에도 발코니 창을 열면 잔디가 깔린 작은 정원이 보인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테라스하우스의 경우 다른 가구에 비해 전세 가격은 2000만~3000만원, 월세 가격도 월 20만원가량 비싸다.

도시형 생활주택 역시 저층의 분양가가 더 저렴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 할인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노릴 필요가 있다. 수익형 상품으로 임대를 놓는다고 가정할 때 상층이나 저층이나 임대료의 차이는 비슷해서다. 초기에는 고층과 저층의 임대료 차이가 나더라도 임대가 거의 완료되면 희소성이 발생해 고층부와 저층부의 임차 가격이 비슷해진다.

사라진 로열층 프리미엄

상가는 주변에 업무용 오피스텔이 많은 경우 주거용에 비해 월세 인상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세금계산서로 처리되는 임대료는 지출된 만큼 사업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대 초저금리 시대. 사업자들이 많이 분포해 있는 도심에 위치한 오피스텔의 저층부가 역발상 전략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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