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ㆍ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 잡플래닛의 두 대표는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사진=지정훈 기자]

돈 많이 준다고 좋은 회사일까. 편하다고 착한 회사일까. 아니다. 이 질문은 극히 주관적이다. 좋은 회사의 판단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구직자와 회사의 ‘핏(fitㆍ어울림)’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 구직자와 회사의 ‘핏’을 맞춰주는 곳이 있다. 미생未生의 행성으로 불리는 잡플래닛이다. 이 회사의 젊은 공동창업자를 만났다.

갓 1년 된 행성(Planet)이 있다. ‘미생未生’이라고 불리는 직장인이 사는 곳이다. 이름하여 ‘잡플래닛(Job planet)’. 기업 관련 다양한 정보가 올라오는 기업평가 소셜미디어다. 단순히 직장을 구하는 사이트와는 다르다.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이 작성한 솔직한 기업평가, 연봉 등을 볼 수 있다.  드마라 ‘미생’의 배경이었던 대우인터내셔널에는 이런 평가들이 올라와 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거칠고 팍팍하다. 다만 개인역량 높이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상사맨이 되고 싶다면 단연 대우인터내셔널. 하지만 스트레스와 희생은 각오하는 게 좋다.’ 잡플래닛에는 대한민국의 웬만한 기업정보는 다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업리뷰 835개, 연봉정보 1292개(4월 30일 기준)가 등록돼 있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물론 외국계 컨설팅 기업 정보도 나온다. 론칭 1년여 만에 쌓인 누적 기업 리뷰와 정보가 40만건이 넘는다.

비결이 뭘까. 일단 이메일만 있으면 회원가입을 할 수 있어 익명성이 보장된다. 소속 기업의 리뷰를 남기지 않으면 다른 기업의 리뷰를 볼 수 없어 정보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100% 검증된 리뷰만 올라간다. 편파적인 리뷰는 애초에 걸러진다는 얘기다.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 취준생(취업준비생)이 이 사이트를 많이 찾는 이유다.[※ 참고: 취업준비생은 대학교 이메일 계정으로 가입하면 리뷰를 적지 않고도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이쯤에서 호기심이 발동한다. 미생들이 꿈꾸던 이런 행성을 만든 창조주가 누굴까. 1984년생 동갑내기 윤신근, 황희승 대표다. 6년 전 창업전선에 뛰어든 두 사람은 소셜커머스 그루폰코리아 지사장 출신이다. ‘베스트플레이스(호텔ㆍ레스토랑 예약 전문 소셜커머스)’를 시작으로 ‘윔두(숙박 공유 사이트)’ ‘글로시박스(화장품 서브크립션 서비스)’ ‘이지택시(모바일 택시앱)’ 등을 만든 두 대표는 미국 애틀랜타에 소재한 에모리대에서 경제수학을 전공했다.

쥐가 나오는 작은 방의 룸메이트였던 이들은 공동창업의 꿈을 키웠다.  동기는 단순했다. “취업을 하자니 안 맞고 사업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둘 다 저지르고 보자는 스타일이에요.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죠(황희승).  두 이는 학원강사로 일해 번 돈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녹록지 않았다. 종잣돈이 모자라 값싼 카레로 끼니를 주로 때웠다. 팀원 다섯명이 5000원짜리 백반 세개를 주문해 먹은 적도 많다.

▲ 황희승(왼쪽)과 윤신근 동갑내기 두 대표는 벤처업계에서 알아주는 짝꿍이다.[사진=지정훈 기자]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기업평가

이런 산고産苦 끝에 나온 첫 작품이 베스트플레이스. 서울 곳곳의 고급 레스토랑과 계약을 맺으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사업이 커지면서 운영이 버거워졌다. 결국 사업을 매각한 둘은 새로운 거처로 글로벌 기업 ‘로켓인터넷’을 택했다.  로켓인터넷은 북미ㆍ유럽 등 선진국에서 사업모델을 가져와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 벤처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회사다.

이곳에서 두 대표는 프라이빗라운지ㆍ윔두ㆍ글로시박스ㆍ이지택시 등을 키웠다. 다양한 사업을 통해 능력을 증명한 두 대표는 2011년 그루폰 주주였던 로켓인터넷의 제안으로 그루폰코리아 지사장이 된다. 한때 직원수가 250명에 달하는 큰 회사를 맡았지만 창업 꿈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12년 사표를 던지고 정글 같은 창업의 세계로 다시 뛰어들었다.

“첫 사무실은 작은 오피스텔이었어요. 그루폰에 있으면서 생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도 사라졌죠(황희승).” 과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이들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았다. 게임쿠폰 관련 사업 등 빛을 보지 못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잇따른 실패를 통해 두 대표는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잘하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게 ‘사람 인人’이다. “많은 사람을 뽑고 관리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중요한 건 직원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우리 회사와 얼마나 핏이 맞느냐였죠(윤신근).”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4월 잡플래닛이 탄생했다.잡플래닛의 월사용자는 지난해 12월 300만명을 돌파했다. 올 1월 퀄컴벤처스,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9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잡플래닛 내 B2B(기업간 거래)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테면 기업 프리미엄 페이지다. “기업들이 홍보할 수 있는 페이지입니다. 이를테면 채용정보, HR관련 솔루션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올 상반기 동남아 등 해외진출

두 대표의 목표는 유저에게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거다. “더 많은 회사가 우리를 통해 회사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용자에게는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힐링하는 사이트였으면 하구요(황희승). 잡플래닛은 올 상반기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대만ㆍ필리핀 등 5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사무실을 이미 세팅을 끝냈고, 직원도 뽑았다.

“솔직한 기업 정보를 통해 구직자들이 천직을 찾도록 도와주는 잡플래닛 서비스는 전 세계가 필요로 할 겁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수도 마찬가지구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브라질 등 남미까지 잡플래닛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윤신근)” 두 대표는 오늘도 뛴다. 국내든 해외든 가리지 않는다. 두 대표의 다리가 멈추는 날은 전 세계 미생이 완생完生이 되는 때다. 그날이 올까. 잡플래닛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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