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커니의 Buying Brain

요즘 기업은 제품을 일방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 고객들로 하여금 제품 제조부터 마케팅, 심지어 사후관리까지 참여하게 만들어 ‘홍보효과’를 극대화한다. 리프레시 프로젝트(Refresh Project)를 통해 고객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펩시콜라가 대표적 사례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특정 이슈를 생산하는 고객을 품는 작업. 기업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 최근 고객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체험 마케팅을 펼치는 LG전자.[사진=뉴시스]
신규시장을 발굴해 선점하는 건 기업의 생존과 성장으로 직결된다. 제품개발, 마케팅 등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와 지속적인 혁신을 마련했다면 이를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게 비즈니스 핵심이다. 이는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애플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경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쟁의 관건은 새롭게 등장한 컨버전스(convergenceㆍ융합) 산업의 비즈니스 영역을 이종異種업체인 애플과 구글 중 누가 선점하느냐였다.

최근에는 다르다. 고객의 실질적인 참여와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서 경영 주도권이 기업에서 고객, 더 나아가 군중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울러 경쟁보다는 개방과 협력 형태로 비즈니스 방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커머스ㆍ게임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의 참여가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트위터가 다양한 광고 매개를 제공함으로써 수익모델을 개방한 것도 비슷한 예다.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참여형 군중, 이를테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비즈니스에서의 고객 참여와 영향력 확대를 ‘고객 에너지(Customer Energy)’로 정의하고, 이를 다양한 산업과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고객 에너지’란 개인(고객)이 또 다른 개인, 조직과 기업을 비롯해 산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제품에 열광하거나 제품사용방법이 불편하다고 퍼뜨리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고객 에너지’는 참여도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특정 사회현상이나 이슈와 관련한 기사나 다른 사람들이 제시한 의견을 읽기만 하는 ‘구경꾼’, 댓글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고객 에너지’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기여하는 ‘공헌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더 나아가 특정 이슈를 생산하는 ‘창조자’다.

 
‘창조자’ 그룹은 신제품에 대한 수용력이 높고 다른 고객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다.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특성을 선호하는 집단과의 교류도 추구한다. 때문에 소수 집단과의 교류를 통해 트렌드를 전파하는 데 적극적이다. 펩시콜라는 리프레시 프로젝트(Refresh Project)를 통해 창조자 그룹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1000여개의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아이디어를 평가하기도 한다.  고객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광고하고 투표 순위에 따라 5000달러에서 25만 달러까지 지원받는다.

피앤지(P&G)는 Customer Energy를 기업의 내부 활동에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 글로벌 기술중개기관인 나인시그마(NineSigma)나 이노센티브(InnoCentive) 같은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일반 고객의 참여를 끌어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은 물론 R&D(연구ㆍ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스페인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회사 폰(Fon)은 자신이 사용하는 무선 인터넷을 외부에 개방하는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해 서비스 ‘생산’ 과정에서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 폰(Fon)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폰 와이파이 체험단을 모집하기도 했다.[사진=뉴시스]
비즈니스에 활용되는 고객 에너지

‘고객 에너지’는 마케팅ㆍ영업뿐만 아니라 연구ㆍ개발(R&D)ㆍ생산, 심지어 사후서비스까지 다양한 형태로 기업 비즈니스에 활용된다. ‘고객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생성ㆍ활용하는 기업은 제품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기보다 창조자 그룹이 자발적으로 콘텐트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게끔 플랫폼을 제공한다. 또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브랜드와 제품에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유도한다. 기업들의 이같은 활동이 성공하려면 일시적인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한다. 꾸준한 관리도 필수다.
안태희 AT커니 서울 사무소 파트너 taehee.an@atkearn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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