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체질개선 필요한 이유

▲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국내은행의 이자수익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국내 시중은행은 요즘 불만이 많다.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영업환경이 나빠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0%대인 미국과 유로존의 은행도 국내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은행이 손실 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ㆍ전세대출과 같은 가계대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생존을 위해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은행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3조9000억원보다 60.4%(2조3000억원)가 증가한 수치다. 올 1분기 실적도 양호했다. KB금융그룹은 1분기 순이익이 60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4%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실적개선으로 순이익이 94.0% 상승했고 농협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376억원으로 지난해 30억원보다 4486.7%나 상승했다.

지난해와 올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은행의 수익성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은행의 표정은 밝지 않다. 실적개선세의 이유가 1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부실 대기업과 관련된 대손비용의 감소와 2013년 크게 발생한 자회사지분투자 관련 손실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의 실적개선은 수수료이익 증가와 채권 매각에 그 원인이 있다. 연초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증권투자에 나선 고객이 증가하면서 수수료 이익이 증가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금융상품이 많이 팔려서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또한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 상승한 것도 한몫 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국내은행은 113조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만기보유채권을 제외하고 매매와 평가 등으로 이익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68조원이다”고 밝혔다. 그는 “수익증권도 13조500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며 “워낙 채권금리가 낮아 채권보유를 줄이고 대출을 늘리는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1회성 요인으로 은행의 실적개선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1분기는 성적은 양호했지만 연간 실적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순이자마진의 하락에 따른 수익감소분을 채권매매 이익으로 상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유채권을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이 수익감소를 막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이는 은행의 핵심부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아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총자산이익률(ROA)은 2005년 1.27% 대비 4분의 1수준인 0.32%로 떨어졌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은 2011년 8.40%에서 4.19%로 떨어졌고 은행 이자이익의 규모를 결정하는 순이자마진도(NIM)은 2005년 이후 계속 하락해 1.79%까지 감소했다. 게다가 2분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어 실적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반토막난 자기자본수익률

은행업계는 수익성 악화의 원인을 저금리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은행들이 담보나 보증 덕에 손실 위험이 없는 가계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은행의 영업 행태를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신용도와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에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하고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중소기업엔 정책금융의 할당량만 채우는 대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의견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여전히 은행이 주택대출이나 전세대출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가계 대출 편중 현상과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기업 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과 미국 등 0%대 금리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의 은행도 국내은행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저금리를 탓하기 전에 수익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최근 국내은행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금리 저수익 환경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다른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대마진 등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3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은 총 15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1월 4조4000억원이 증가했고 2월에는 4조9000억원, 3월 중에는 5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올 1분기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2조4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1분기 5000억원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도 2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밖에도 외환은행 1조2000억원, 하나은행 7000억원, 신한은행 3000억원의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은행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1월 원스톱(One-Stop) 지원팀을 만들어 흩어져 있던 중소기업 상품ㆍ서비스ㆍ영업지원 기능을 한 곳에 모았고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전문 점포’ 등을 만들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IBK기업은행은 시화공단ㆍ반월공단ㆍ남동공단 등 수도권에 위치한 산업단지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단지별로 영업점을 늘리고 영업구역은 세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대출을 늘리는 만큼 질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전히 중소기업 대출의 대부분은 담보대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의 경우 60%가 신용대출이지만 중소기업 대출의 60%는 담보 대출”이라며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얻는 비재무적 정보가 아직 많지 않아 중소기업의 신용대출은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증가하는 중소기업 대출

이에 따라 재무적 능력ㆍ마케팅 능력ㆍ지배구조 등을 현장방문을 통해 직접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출 늘리기에 급급해 심사과정을 소홀히 할 경우 KT ENSㆍ모뉴엘 등과 같은 부실 대출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담보가 안전하거나 회수 가능성이 확인된 중소기업에만 대출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에 발맞춘 형식적인 대출 늘리기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중소기업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장점검 등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리스크를 이유로 대출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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