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4 ‘초콜릿폰 신화’ 재연할까

▲ LG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G4를 통해 제2의 초콜릿폰 신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 [사진= LG전자 제공]
LG전자가 10년 만에 ‘향수’를 꺼내들었다. ‘G4를 통해 초콜릿폰의 신화를 재연하겠다’는 거다. ‘초콜릿폰 신화’의 주역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다. ‘G4가 애플·삼성 장벽을 뚫고 초콜릿폰의 영화를 재연할 가능성’을 되레 어둡게 점친다. 시장·소비자의 기호가 달라진데다 G4의 브랜드 파워가 예년만 못하다는 게 이유다.

4월 29일 오전 11시 미국 맨하튼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 LG전자 야심작 ‘G4’의 데뷔무대가 열렸다. 조준호 LG 사장이 이 행사를 직접 챙길 정도로 공을 들였다. 사실 미국은 LG전자와 조준호 사장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곳이다. LG전자 피처폰의 전성기를 이끈 ‘초콜릿폰’의 텐밀리언셀러 신화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아울러 초콜릿폰을 론칭한 주역 중 한명이 조 사장이다. 조 사장이 G4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초콜릿폰 시절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의지를 다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5년 출시된 초콜릿폰은 LG전자를 ‘피처폰 왕국’으로 만들었다. LG전자를 미 휴대전화 시장에서 2위(1위 모토롤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 바로 초콜릿폰이다. LG전자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초콜릿폰 시절로의 복귀 여부’가 화두로 등장하는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초콜릿폰 출시 이후 10년이 되는 시점. LG전자든 조 사장이든 질기게 이어진 ‘LG전자의 잃어버린 10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초콜릿폰의 영화’를 재연할 적임자로 조 사장이 낙점된 건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의미가 크다.  실제로 ‘삼성전자 갤럭시S6에 뒤질게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G4엔 ‘조준호 스타일’이 많이 반영됐다. 화면 오프(off) 중 스마트폰 뒷면의 볼륨 버튼을 두번 누르면 곧바로 카메라가 작동하는 등 ‘사용자경험(UX) 4.0’이나 제품을 출시 전 세계 15개국 4000명에게 제품을 보내 직접 써보게 하는 체험 이벤트는 조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G4의 핵심경쟁력으로 곱히는 카메라와 가죽 후면後面 커버를 마케팅할 때도 조 사장이 입김이 작용했다.

▲ 4월29일 미국 맨하튼 프리덤타워에서 조준호 사장이 G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이 때문인지 LG전자 안팎엔 ‘초콜릿폰 신화’를 재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감돌고 있다. ‘제2의 초콜릿폰 신화’를 연출하겠다는 열망도 강렬해 보인다. LG전자가 최근 “인디펜던트·기즈모도·CNN·포브스 등 각국의 외신이 G4를 호평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G4의 미래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되레 ‘초콜릿폰의 신화를 재연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첫째 이유는 시장상황이 초콜릿폰 시절과 달라도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초콜릿폰이 인기를 끌던 2005년 당시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중심은 ‘피처폰’이었다. 당연히 제품형태나 부가기능보단 ‘디자인’이 강조됐다. 톡톡 튀는 디자인이 강점이었던 LG전자의 샤인폰·프라다폰·쿠키폰이 줄줄이 히트를 칠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은 다르다. 10년 전과 달리 현재 휴대전화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는 스마트폰 하면 삼성과 애플을 떠올린다. 아이폰6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6•갤럭시S6엣지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브랜드가 구매를 보장하는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LG전자 G4를 아무런 의심 없이 손에 집을 소비자는 많지 않을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예상외로 지난 1분기 애플의 실적이 너무 잘 나왔다. 아이폰의 경쟁력이 역대 최고다. 시장에서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6와 엣지마저도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상대적으로 브랜드가 열세인 LG전자의 G4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G4의 경쟁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LG전자는 G4의 최대 경쟁력으로 ‘카메라 기능’을 꼽는다. 조리개 값이 ‘F 1.8’인 1600만 화소급 후면 카메라와 800만 화소급 전면 카메라를 함께 장착해 DSLR급 카메라 기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특수센서를 달아 실내와 실외에 상관없이 정확한 색감을 잡아낸 것과 G4 화면에서 셔터스피드, ISO, 화이트밸런스를 수동으로 조절해 빛과 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완벽한 수동모드를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카메라 성능만 보고 스마트폰을 바꿀 소비자가 몇이나 될까.
 
 
G4에 탑재된 AP(application processor)가 구형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G4에는 최신 AP인 스냅드래곤 810(8코어)이 아닌 스냅드래곤 808이 탑재됐다. 삼성의 갤럭시S6엔 ‘엑시노스 7420’ 장착됐다. 스냅드래곤 808은 ARM 코어텍스 A57 2개 코어와 A53 4개 코어가 엮인 헥사코어 프로세서다. 반면 엑시노스 7420은 A57과 A53이 각각 4개씩 엮인 옥타코어 프로세서다. 엑시노스 7420은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3차원(3D)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모바일AP로 성능면에서 20나노 공정기반의 퀄컴 스냅드래곤808 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랫동안 신제품을 기다려온 소비자 입장에선 왠지 꺼려질 만한 요소다. 크기와 무게도 슬림하지 못하다는 단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G4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전작인 G3와 동일한 5.5인치인데 길이는 2㎜ 이상 길어졌고 폭은 1㎜ 이상 늘어났다. 무게도 5g가량 더 무거워졌다.

최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시점은 G3 출시 당시 대비 아이폰6, 갤럭S6 등 경쟁사의 하이엔드 제품력이 강화됐고, 설계 최적화를 했으나 구형 버전인 스냅드래곤 808의 탑재해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이미지에는 일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G4 판매량 목표는 G3 대비 20% 성장하는 1200만대 수준이나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초콜릿폰’ 신화는 끝났고, G4는 ‘스마트폰 전쟁터’에 서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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