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일 트로바토레

▲ 오페라 일트로바토레. [사진=뉴시스]
오페라 ‘일트로바토레’는 베르디(Verdi) 작품 중 등장인물의 성격을 음악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꼽힌다. 반면 코러스의 역할은 미미해 장식용처럼 표현된다. 중간에 대본가 캄마라노(Camma rano)가 죽는 바람에 발다래(Baldare)가 대본을 완성한 탓인지 주인공이 중간 중간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주인공 엘레오노라(Elonora)와 만리코(Manrico)는 오페라사史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남긴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아주체나(Azucena)의 반전도 주목할 만하다. 15세기의 스페인.

이야기의 주인공 집시 아주체나(메조 소프라노)가 등장한다. 아주체나는 자신의 어머니가 백작의 혼을 뺏었다는 이유로 화형을 당하자 복수심에 휩싸여 백작의 두 아들 중 하나를 납치해 불구덩이 속으로 집어넣는다. 불행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성을 잃은 탓에 백작의 아들 대신 자신의 아들을 죽인 것이다. 아주체나는 납치한 백작의 아들(만리코)을 데려와 키운다. 만리코는 또 다른 백작의 아들 루나와는 전혀 다른 삶의 길을 걷게 된다.

이들은 운명의 장난처럼 같은 여인을 동시에 사랑한다. 창문 밑에서 들려오는 음유시인의 노랫소리를 듣고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엘레오노라(소프라노). 그녀는 음유시인吟遊詩人 만리코(테너)의 노래 소리가 들리자 그를 마중 나간다. 그리고 이때 루나 백작(바리톤ㆍ만리코의 형)이 엘레오노라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도착한다. 하지만 루나 백작은 만리코와 함께 있는 엘레오노라를 보고 질투심에 휩싸인다. 그리고 엘레오노라를 차지하기 위해 만리코와 결투를 벌인다.

좌절한 엘레오노라는 수녀가 되길 바라지만 만리코의 설득 끝에 함께 떠난다. 화가 난 루나 백작은 만리코의 어머니인 아주체나를 대신 잡아 가둔다. 그리고 과거 자신의 동생을 죽인 죄목을 들어 화형할 것을 명령한다. 이 소식을 들은 만리코는 엘레오노라와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돌아가지만 만리코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성안 지하실에 감금된 만리코. 루나 백작은 날이 밝으면 만리코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명령할 기세다.

엘레오노라는 루나 백작에게 두 사람을 살려주면 그 대가로 그의 여인이 되겠다고 서약한다. 그리고 아주체나에게 곧 석방될 거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만리코는 백작과 그녀 사이에 음모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석방을 거부한다. 한편 엘레오노라는 만리코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결심하고 독약을 마시고 만리코의 품안에서 숨을 거둔다. 루나 백작은 결국 만리코를 처형한다. 이 소식을 들은 아주체나는 그동안 숨겨왔던 참혹한 진실을 밝힌다. “어머니의 죽음에 이성을 잃고 자신이 실수로 아이를 불 속에 집어넣었는데 그게 바로 루나 백작의 동생인 만리코다.” 그렇게 그녀의 복수는 결말을 맺는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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