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의 불편한 현주소

▲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이정표는 관광객을 불편하게 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명동에서 남대문시장 방향으로 걸었다. 대형 이정표가 곳곳에 부착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눈에 띄질 않았다. 그렇게 남대문시장에 도착했고, 다시 명동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랬더니 ‘남대문시장 방향’이라는 이정표가 느닷없이 나타났다. 보행자의 동선動線을 고려하지 않은 이정표, 개선이 필요하다.

명동의 중심거리인 눈스퀘어 건물 앞에서 남대문시장으로 가는 길의 정보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건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 세워진 도로표지판이다. 150m 앞 사거리에서 우측 서울역 방향 도로로 가면 ‘남대문’이 나온다는 정도의 간략한 정보만 파악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남대문도 아니다. 숭례문이다. 남대문을 공부하고 온 외국인 관광객이 ‘숭례문’을 모른다면 무용지물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도로표지판만 보고 남대문시장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정표가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시야에서 자주 사라져서다. 정보를 정확하게 명시한 이정표를 잘 보이는 곳에 세우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이정표에 기록된 장소의 명칭을 통일해야 한다. 보행자의 동선動線을 고려한 이정표도 눈에 띌 만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 누군가는 ‘잘 돼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서울시내 곳곳을 거닐면서 이정표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겐 난감한 일일 거다. 명동에서 남대문시장까지 가는 길. 길가에 세워진 이정표는 적게 잡아도 5개 이상은 된다. 하지만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다. 가로폭이 1m 이상인 대형 이정표임에도 그렇다. 이유는 보행자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정표를 부착해 놔서다.  예컨대 한국은행 주차장 가림막으로 설치된 벽면엔 ‘남대문로’라는 큰 글자가 붙어 있고 명동에서 남대문으로 가는 길이 지도로 잘 그려져 있다. 하지만 남대문로라는 큰 글자는 정작 남대문으로 향하는 방향에서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명동으로 가는 방향에서 남대문로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가 동선의 역방향에 부착돼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개선점은 이정표에 의미 있는 정보를 함께 수록하는 것이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또 얼마나 걸리는지를 알려줘도 관광객에겐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문화재 안내판과 방향시설 표지판의 예산항목을 살펴보면, 사이즈가 큰 간판의 가격이 450만여원, 작은 건 150만여원이었다. 이정표 개선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외국인 관광객 1400만명(연간) 시대를 맞은 지금 늦춰선 안 되는 작업임에 틀림없다. 남대문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편히 찾아오게 하려면 길 상태나 거리표지판 등 사소한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적인 측면에서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행자를 배려하는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여행자라는 마음으로 거리를 걸으면 답이 쉽게 나온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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