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노리는 재벌 3세들

서울시내 면세점 경쟁에 불이 붙었다. 유통 재벌들이 총출동해 시내면세점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거다.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롯데호텔, 신세계, 호텔신라, 현대아이파크몰,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유통 재벌이 시내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기불황과 소비침체로 유통업계 전반이 침체기인 가운데 유커遊客(중국 관광객)의 영향으로 면세점 사업이 부흥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으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관세청은 6월 1일까지 신청을 받아 7월 중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한다. 서울시내 3곳 신규면세점 중 2곳은 대기업에, 1곳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서울에서 면세점이 추가로 문을 여는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사업권 신청 마감일이 2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내면세점을 노리는 기업들의 경쟁전략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범삼성가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범현대가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을 잡고 시내면세점 쟁탈전에 나섰다.

두 회사는 공동 출자를 통해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고 ‘용산아이파크몰’을 사업지로 선정했다. 이미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마땅한 부지가 없던 호텔신라와 면세사업 운영경험이 전무한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은 것은 ‘신의 한수’라는 평가다. 또 다른 범현대가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중견ㆍ중소기업과의 연합이라는 예상 밖의 패를 내놓으며 경쟁자들을 긴장시켰다.

 
현대백화점은 시내면세점 진출을 위해 모두투어 등 여행ㆍ호텔ㆍ면세점ㆍ패션 관련 중소ㆍ중견기업과 함께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역센터점을 시내면세점 입지로 결정했다.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투자비 전액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승부수를 던졌다. 신세계의 상징이자 모태인 본점 명품관(본관) 전체를 시내면세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 백화점 건물 전체를 통째로 면세점으로 파격 전환해 세계적인 랜드마크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시내면세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갤러리아는 제주 면세점의 국내 브랜드 면적이 54.1%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는 서울시내에 이미 3개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고, 매출이 가장 많다. 하지만 올해 말 소공점, 내년 제2롯데월드점의 면세 사업장 특허가 만료되면서 이번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신촌과 홍대, 동대문 등이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시내면세점 입지로 최종 확정했다. 이랜드는 중국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면세점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서, 강남, 송파 지역의 기존 이랜드 유통매장이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할당된 시내면세점 한곳을 둘러싼 중소ㆍ중견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유진그룹은 시내면세점에 출사표를 내고 서울 여의도 옛 MBC 사옥에 면세점 입점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협회로는 이례적으로 면세점 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한국패션협회는 10~15개 업체를 모아 컨소시엄을 꾸린 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동대문을 면세점 입지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서초구 양재동에 복합 쇼핑몰을 운영하는 하이브랜드도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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