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정석」

▲ 박신영 지음 | 세종서적 펴냄
좋은 기획자가 되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코끼리를 절대 생각하지 마라! 어떤가. 글을 읽는 순간 코끼리를 떠올리진 않았나? 절대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우리의 뇌다. 이는 조지 레이코프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나온 내용이다. 저자는 ‘기획’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자신이 무엇을 말했는지보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렸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기획의 여왕인 저자가 알려주는 ‘기획의 정석’은 뭘까. 저자는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 아닌 ‘상대방’이라고 말한다. 내가 ‘무엇(what)’을 파고드는지보다 상대가 ‘왜(why)’ 사야 하는지 말하라는 거다. 저자는 자신의 회사가 기획했던 ‘크리스틴 뉴턴의 그림 그리기 세미나’를 예로 든다. “크리스틴 뉴턴은 그림 그리기의 대가입니다. 꼭 오세요!”라고 말하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 대신 이렇게 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림을 그릴 땐 사물을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러면 관찰력이 달라져 관점이 다양해집니다. 이것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게 합니다.” 이에 따라 ‘크리스틴 뉴턴의 그림 그리기 세미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는 Creative View 세미나’로 탈바꿈했다.

결과는 대박. 세미나에 다녀간 사람들이 단순히 그림 그리기를 배운 게 아니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인 관점을 키운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기획에서 콘셉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콘셉트는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생각하는 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콘셉트란 뭘까. 사람들은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콘셉트에 끌린다.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추억’을 콘셉트로 관객수 400만을 돌파했다. 포스터에 적힌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문구는 모든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콘텐트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되게 마련이다.

결국 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느냐다. 저자는 누구나 딱 자기가 아는 만큼, 경험한 만큼만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글을 읽고 진심이 담긴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거다. 인간을 보는 관점이 많아지면 결과물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시계 브랜드 디젤의 광고문구 중 이런 게 있다. ‘Smart has the plans, stupid has the stories.’

똑똑한 사람들은 계획이 있지만 바보들은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남들보다 덜 똑똑해도 기죽을 필요는 없다. 기획에 녹아드는 건 치밀함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쌓아올린 스토리다.
박지원 더스쿠프 인턴기자 jw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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