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

▲ 장세욱 부회장의 어깨에 업황 부진, 재무구조 악화, 총수 구속이라는‘3중고’가 얹혀졌다.[사진=동국제강 제공]

국내 철강업계 ‘빅3’이자 재계 순위 27위(2014년 기준)인 동국제강그룹이 창사 6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총수 장세주(62) 회장이 결국 구속(5월 7일)되는 사태를 맞았기 때문. 재계의 시선이 그의 동생이자 오너 2인자인 장세욱(53)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과연 그가 총수의 빈자리를 커버하고, 나락에 빠진 철강 종가宗家 동국제강의 자존심을 지켜낼지 궁금하다.

국내 철강 종가 동국제강이 휘청거리고 있다. 최악의 철강시황과 재무구조 악화로 고전해 온 터에 최근 오너 리스크(총수 구속)라는 3중고까지 겹친 것이다. 특히 장세주 회장이 불미스러운 사안으로 구속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주요 구속 사유는 회사돈 횡령과 해외원정 도박 혐의. 그의 이번 사법처리가 1995년, 2004년에 이어 세번째 라는 점도 재계를 놀라게 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철강 외길을 걸어온 만큼 사풍이 무척 보수적이다. 오너 집안이 독실한 불교 가문이기도 하다. 경영권을 이어받을 오너 2ㆍ3세를 10년 전후씩 철저하게 훈련시킨 다음 임원을 달아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성장해 2001년부터 15년째 그룹을 이끌어 온 장 회장이 이번에 또 구속된 것. 해외 거래 등을 통해 회사돈 210억여원을 빼돌리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에서 800만 달러(86억여원) 상당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다. 25년 전인 1990년에도 마카오 카지노에서 상습 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2004년엔 회사 예금을 일가 친척들의 대출 담보로 사용하고 회사돈으로 개인 채무를 갚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3년 뒤 특별 사면됐다.

재계는 그의 최근 행적이 안 그래도 시원찮은 경영 실적과 회사 신인도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장 취임 이래 동국제강을 탄탄하게 키워 왔는데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왔다. 물론 구속적부심, 보석, 구속집행정지 등으로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무죄가 가려질 때까지 구속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그의 막내 동생 장세욱 부회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오너 3세인 그는 장 회장보다 9살이나 아래다(그래픽 참조). 하지만 철강 시황 부진, 악화된 재무구조, 10년 숙원사업 브라질 제철소 미완공 등 많은 숙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장 회장의 구속으로 구겨진 철강 종가의 자존심 회복도 큰 과제다. 재계는 장 부회장이 주도하는 이번 비상경영이 동국제강의 ‘형제 경영 체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개인 1대 주주(2015년 1월 2일 신고 기준)가 장 회장(13.84%)이고 2대 주주는 장 부회장(9.33%)이기 때문. 동국제강은 장자 승계 원칙이 잘 지켜지지 못했고, 경영에 참여했던 오너들이 계열 분리한 경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장경호 창업 회장은 슬하에 6남5녀를 두었다. 그의 2세 중 장남(장상준)은 일찍(1978년) 타계했고, 차남(장상문)은 회사 경영에 별 뜻이 없었던 터라 경영권은 3남 장상태 회장에게 넘어갔다. 장상태 회장은 슬하에 2남(장세주ㆍ장세욱) 3녀를 두었다. 현재 동국제강 오너 투톱은 3세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이다.

장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장세욱 부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좀 특이하게 그는 육사(41기) 출신이다. 1996년(34세) 소령으로 예편한 뒤 그해 2월 동국제강 과장으로 입사했다. 동국제강 미국지사를 거쳐 포항제강소 지원실장, 관리담당 부소장 등을 거쳐 2004년부터 전략경영실장을 맡았다. 2010년(48세) 말 그룹 2대 회사인 유니온스틸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라 비로소 CEO가 됐다. CEO 5년차에 접어 든 올해 1월1일 동국제강에 유니온스틸이 합병됨에 따라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그래픽 참조). 그룹의 일상 경영을 챙기는 CEO 자리에 오른 것. 총수 장 회장은 그룹의 굵직한 현안을 챙기는 구도가 됐다.

장세주 회장 ‘세번째 사법처리’

합병한 동국제강은 연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약 85%인 6조원 상당으로 커지게 됐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좋은 유니온스틸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다각화도 꾀하려 했다. 동국제강그룹은 국내 15개, 해외 15개 법인 등 30개 계열사를 두고 연 매출 7조~8조원을 올린다. 철강ㆍ물류ㆍITㆍ기계 등 4개 사업군을 두고 있으며, 철강 주요 아이템은 후판ㆍ철근ㆍ형강ㆍ봉강ㆍ냉연강판 등이다.

동국제강 안팎에서는 장 부회장이 ‘준비된 구원 투수’라는 얘기들을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 부회장은 스킨십 경영에 강하고 냉연강판업체인 유니온스틸 경영에도 밝다”면서 “총수의 공백을 메우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니온스틸 사장 때부터 그는 군인 출신답지 않은 파격적인 소통 행태로 화제를 모았다. 페이스북 ‘유니온스틸 소통방’을 통해 400여명의 직원들과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댓글로 교류했다.

 
매달 세 번째 금요일엔 자율복장으로 근무하는 ‘캐주얼데이’를 운영해 보수적인 철강회사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월요일 아침 직원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함께 출근하기 위해 새벽에 강남 집을 나와 인천ㆍ경기도 등지로 다니기도 했다. 이제 총수 부재 속에서 2012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매출과 경영 적자를 반전시키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일로 부상했다(그래픽 참조). 지난해 6월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도 큰 관건.

지난 4월 그룹의 자존심이었던 서울 중구 수하동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매각(4200억원)한 것도 재무구조 개선과 브라질 제철소 완공 자금 조달이 목적이다. 숙원사업인 브라질 제철소 공정률은 80% 상당이며,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포항 제2후판공장의 가동중단도 검토되고 있다. “검토는 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는 회사 측 공시에도 해당 공장 폐쇄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의 맏형이자 대표 선수로는 누가 뭐래도 ‘포스코’를 꼽는다. 국내 철강 ‘빅3’로는 포스코ㆍ현대제철ㆍ동국제강을 든다. 철강업을 아는 이들은 이들 셋 중 동국제강을 한국 철강업계의 살아있는 증인이자 전설적인 존재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동국제강 부산제강소를 방문해 당시 장경호 회장에게 종합제철소 건설을 맡아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준비된 구원투수, 숱한 과제 풀어낼까

국책철강사 포스코 설립(1968년) 이전의 일화다. 1974년엔 락희(현 LG)ㆍ삼성ㆍ현대ㆍ한국화약 등에 이어 재계 5위권에 오른 적도 있다. 고故 장경호 창업회장-고 장상태 회장(2세)-장세주 회장(3세) 등 장씨 3대가 남긴 족적은 이처럼 한국 철강사에 또렷이 남아 있다. 재계는 장 부회장이 이번에 경영 솜씨를 발휘해 동국제강을 위기에서 탈출시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국제강과 ‘장씨 형제 경영’의 미래가 그의 구원투수 성공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성태원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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