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특허잔치’ 2009 노텔 데자뷰
팬택의 ‘특허잔치’ 2009 노텔 데자뷰
  • 김은경 기자
  • 호수 143
  • 승인 2015.05.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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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특허 어디로 가나

▲ 팬택 매각의 실패로 특허의 해외유출 가능성이 더 커졌다. [사진=뉴시스]
후면버튼이 가장 먼저 탑재된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아는가? G2? 아니다. 팬택의 베가 아이언이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처음 도입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지문인식기능의 선구자도 팬택이다. 팬택의 기술이 위험하다. 청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디로 팔려갈지 몰라서다. 팬택 특허, 어디로 갈까.

팬택의 세번째 매각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팬택의 생사여탈권을 거머쥔 법원은 여전히 판단을 유보하고 있지만 ‘청산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문제는 청산 그 이후다. 팬택이 창업 이후 2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경험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팬택은 등록특허 3500여개, 출원특허 1만30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최첨단 IT기술의 융합을 통해 제품가치를 구현해온 만큼 우리의 기술력과 특허는 가치가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팬택의 대표적인 특허기술은 스마트폰 도난방지기술 ‘V 프로텍션’, 메탈 안테나 기술, 지문인식 기반 시크릿 기능, 지문인식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능 등이다. 이 기술들은 팬택이 매출액의 10% 이상을 해마다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한 결과물이다. 실험적 시도의 성공작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팬택의 제품은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화를 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폰도 많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알파’를 선보였을 때 얼리어답터들은 팬택의 ‘베가 아이언’을 떠올렸다. 금속재질을 입힌 테두리가 베가 아이언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가 아이언의 옆면 테두리엔 스테인리스강을 깎아 만든 엔드리스 메탈이 사용됐다. LG전자가 G2에 후면버튼을 장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전에 팬택의 베가No.6에 후면키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애플도 팬택의 조롱을 받은 적 있다. 아이폰5s에 도입한 지문인식기능의 선구자가 팬택이었다는 게 이유다.

 
그렇다면 팬택의 이 기술들은 어떻게 될까. 여기 좋은 사례가 있다. 2009년 파산한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은 6000개가 넘는 통신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업 파산과 함께 ‘빚잔치’가 이뤄지면서 ‘특허잔치’도 함께 진행됐다. 노텔의 특허가 경매시장에 나오자 통신기술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구글과 애플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국 2011년 7월 1일 애플·마이크로소프트·블랙베리·소니·EMC·에릭슨 6개 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45억 달러를 들여 노텔 특허를 매수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이 컨소시엄은 특허관리 전문회사(NPE)인 록스타비드코를 세웠고, 사들인 노텔 특허 중 4000개를 관리하도록 했다. 나머지 2000개는 각자 나눠 보유했다[※참고: 록스타의 지분의 절반 이상은 현재 애플이 소유하고 있다.]

신피터경섭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록스타비드코는 특허만 빼내서 성장하는 무서운 특허 괴물 중 하나”라며 “최근 삼성전자가 특허와 관련해 비용을 얼마나 치르고 있는지를 보면 특허가 외국자본에 팔리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보고서를 보면, 1~3분기 기술사용액이 1조원을 훌쩍 넘겼다. 미국을 제외한 9개국에서 미국과 벌이던 특허소송을 지난해 8월 철회하긴 했지만 소송비용만 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자·전기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한 변리사는 “노텔이 청산되면서 대규모 특허 이전이 일어났는데, 팬택의 경우에도 비슷한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팬택의 특허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넘어가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팬택이 청산되면 보유하고 있던 특허 중 일부가 중국·인도 등 신흥국 제조사에 유출될 것”이라며 “팬택 연구인력이 국내외 업체로 빠져나가는 상황도 문제다”고 말했다. 신피터경섭 변호사는 “팬택의 기술이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에 넘어가면 그들의 전력이 크게 보강될 것”이라며 “특히 화웨이에는 약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팬택이 청산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해 새로운 기업에 인수·합병(M&A)돼도 문제가 남는다. 만약 해외기업에 인수될 경우, 팬택 특허의 유출을 막을 방도가 없어서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스마트폰 기술을 포함한 국가핵심기술을 55개 세부항목으로 지정해 관리하며 기술유출방지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팬택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관리목록에 들어간 기술을 가진 기업이 해외기업에 인수·합병(M&A)되면 반드시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팬택의 기술은 관리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 산업기술보호협회도 팬택을 직접적인 관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팬택은 청산이냐 재매각이냐 기로에 서있다. 이 때문에 팬택의 특허가 다른 기업에 팔려나갈 운명에 처해 있는 건 분명하다. 청산과 함께 개별적으로 팔려나가느냐, 아니면 M&A를 통해 통으로 이전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우리가 관리하지 않은 팬택 특허,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폐부肺腑를 공략할지 모른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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