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의 대반란 | 전셋값과 빌라

▲ 아파트 일변도였던 주택시장에서 빌라가 각광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주택 시장에서 외면을 받던 빌라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주택 시장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금리인하 등 여러모로 집을 살 만한 여건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은 하우스푸어의 우려가 있다.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집마련’ 고민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눈길도 안줬을 수도권 미분양 매물도 빠르게 팔리더니 이제는 웃돈까지 붙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디는 또 미분양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주택 시장을 지켜보는 실수요자들은 초조할 따름이다. 특히 무주택자는 이참에 집을 사는 게 나을지, 그냥 전세로 사는 게 나을지를 계산하느라 분주해졌다.

전세 Bye 집 Buy

주택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강남 재건축, 위례신도시 청약 열풍의 여파로 분양권 가격에 1억~3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지난 2월에는 2000년 이후 최대 물량인 69개 단지, 5만9000여 가구가 분양에 나서자 전국 견본주택 11곳에 15만명에 달하는 구름 인파가 몰렸다. 이 같은 부동산시장의 회복 배경에는 멈출 줄 모르는 ‘전세 불안 현상’이 있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가 견디다 못해 매매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초저물가 기조, 1% 수익공유형 모기지론 출시로 부동산 구매 심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하락의 종지부를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도 크다. 더 이상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심리의 회복과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은 전형적인 상승세의 조건을 갖췄다. 때문에 무주택자라면 지금이 내집마련의 적기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인 2%대까지 떨어진 상황이고 국내 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시점에서 금리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미 전세보증금의 상승세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도 많다. 김포·송도·청라 등 그동안 미분양이 이어졌던 수도권 신도시에 교통·편의시설이 갖춰지는 등 주변 여건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은 5~6년간 집값이 하락한 데다 재건축과 분양 시장의 정책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도 지방보다는 수도권 아파트의 거래량이 더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 구입이 부담스러운 신혼부부라면 오피스텔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분양시장에 나오고 있는 오피스텔의 경우 트렌드와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기본적인 원룸은 물론 방과 거실이 분리된 주거형 오피스텔까지 다양한 평면을 선보이고 있어 신혼부부와 은퇴 노부부 등 2~3인 가구 수요자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늘어나는 2~3인 가구를 겨냥해 ‘소형 천지’였던 오피스텔이 최근 아파트 못지않은 넓은 평면이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면적이 넓은 오피스텔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된 영향이 커서다. 1~2인 가구에 초점이 맞춰진 오피스텔 시장은 포화상태지만 아파트를 대신해 오피스텔을 내 집 마련의 대상으로 삼는 2~3인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급이 넘치는 오피스텔 시장에서 넓은 면적은 오히려 틈새 상품이 되고 있다.

저렴한 빌라의 반전

아파트에 밀려 오랫동안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던 빌라의 몸값도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의 높은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신혼부부와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도 전·월세 임대를 목적으로 빌라를 눈여겨보고 있다.

아파트 일변도였던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마이너리티의 반란’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법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공동주택 중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을 함께 부르는 말이 빌라다. 빌라의 반전은 지난해 시작돼 올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부동산 거래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빌라 매매 거래는 49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가 늘었다고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은 아파트 전세난이다. 소형 아파트의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세 물량도 자취를 감추며 빌라가 부각된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서울지역 빌라의 m²당 평균 매매가격은 356만2000원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m²당 402만7000원)보다 11.5% 저렴했다. 이는 전용면적 60m² 아파트 전세로 2억4162만원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같은 크기의 빌라를 2억1372만원에 구입하고도 3000만원 가까이 남는 규모다. 대출을 보태면 현재 아파트보다 큰 면적의 빌라를 사서 옮길 수 있다. 관리비도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다. 전용 59m² 신축 아파트의 경우 10만〜15만원(난방비 제외) 선이지만 비슷한 넓이의 빌라는 3만〜4만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예전에는 고객에게 좋은 물건이라고 거듭 추천을 해도 빌라라고 하면 거들떠도 안 봤는데 요즘은 인식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파트 전세를 찾기 힘들다 보니 세입자들이 빌라를 사러 나서면서 급매물이 모두 소진됐다는 것이다. 빌라는 아파트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편리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분양가는 현저히 낮다. 또한 신축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완공 후에 분양을 하고 건축주가 직접 분양을 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점도 뚜렷한 만큼 매매에 앞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편의시설 부족이 대표적인 단점이다. 빌라는 소규모 단위로 공급되기 때문에 관리실이나 경비실, 주차장 등 주민편의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방범에 취약한 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매매수요가 적어 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경우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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