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잡는 간접세

▲ 올해 담배 판매로 거둬들인 세금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간접세는 소득에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이 상품에 부과돼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운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담뱃세도 간접세의 일종이다. 문제는 이런 간접세 인상이 서민의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다. 담뱃값 인상이 서민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흔히 담배ㆍ술ㆍ도박 등에 부과되는 세금은 죄악세(Sin tax)다. 편의상 흡연ㆍ음주ㆍ카지노 출입 등을 ‘못된 행위’라고 부르자.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못된 행위’의 비용편익분석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다. 만약 사람들이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나라 곳간은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보건의료 분야 공직자와 의사 집단이 반발을 하고 관련 업종의 증시는 출렁이지만 국민건강수준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때문에 이런 ‘못된 행위’를 압박하는 캠페인은 대개 노골적이고 위선적이다. 정부와 의사집단 그리고 국고주의國庫主義의 재정학자는 ‘못된 행위’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해 건강보험기금 등 공동체의 재원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정작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못된 행위’를 없애지는 않는다. 이는 사회적 비용이 일정 수준 이상 존재해야 자신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어서다. ‘못된 행위’로부터 더 많은 세금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ㆍ건강보험료를 뜯어내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 4월까지 정부가 거둬들인 담배 세수입은 전년 대비 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줄어든 담배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덩달아 세금도 더 걷히고 있다. 결국 지난해에 걷힌 세금을 더하면 올해 담뱃세 수입은 1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담배판매가 살아나면서, 담배회사의 주가는 1월 중순에 비해 25% 이상 올랐다. 게다가 ‘못된 행위’가 배당 소득자의 주요 소득원이 되고 있다. 담배와 함께 인체나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술ㆍ도박 등의 이른바 ‘죄악주’는 배당도 높고 경기방어주의 특징을 지닌 장기투자 종목이기 때문이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과 부담금은 간접세다. 당연히 저소득자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소득역진적이고,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실제로 상위 10% 소득계층의 소득 대비 담배지출액은 세후소득의 5% 미만이지만, 최하위 10% 소득계층의 비중은 20%를 넘는다. 소득 하위계층의 흡연율이 더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진성은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크다. 소득 5분위 최하위계층 남성의 흡연율은 45%로 전문직 종사자(15%)의 3배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개별소비세 594원(출고가 대비 13.2%)까지 담뱃값에 포함했다. 간접세의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해 사치성 소비품목에 부과하는 개소세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거다. 저소득층에게 담뱃세를 부과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최저생계비에 대한 과세가 될 수 있다. 이는 저소득자의 인간다운 삶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하는 일이다. 17세기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장 밥티스트 콜베르는 “과세의 기술이란 비명 소리를 최소로 낮추면서 최대의 거위 깃털을 뽑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직접세보다는 간접세, 간접세 중에서도 죄악세의 증세가 가장 쉽다는 말이다. 다만 한국 거위들에게는 깃털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상현 납세자연맹 정책위원 master@sust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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