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 7일 호텔신라 ‘5성 호텔 1호 현판식’에 참석한 이부진(가운데) 사장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맨 오른쪽).[사진=뉴시스]
이부진(45)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의 야무지고 공격적인 경영행태가 재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국내 호텔 최고 등급인 5성급 간판을 1호로 다는가 하면 재계 빅 매치인 서울 면세점 사업에서도 강한 추진력을 과시하고 있다. 호사가들은 그를 두고 ‘리틀 이건희’라고도 부른다.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고상한 이미지, 따뜻한 배려심 등을 지녀 대중들의 호감도 또한 높다. 그가 3세 경영 승계과정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 아직은 어린애들.” 5년 전인 2010년 1월 9일, 이건희(당시 68세) 삼성 회장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CES 2010)에서 했던 발언 중 하나다. 여기서 ‘우리 딸들’이란 현장에 함께했던 ‘이부진ㆍ이서현’ 자매를 일컫는다. 당시 그는 부인 홍라희 여사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ㆍ삼성에버랜드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전무 등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며 그런 말을 했다. 2009년 말 사면 후 열흘 만의 공개 발언이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례적으로 두 딸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배려했다.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며 양손으로 두 딸을 잡은 채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당시 재계는 그가 두 딸에게도 3세 경영수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로 풀이했다. 그해(2010년) 연말 인사에서 장녀 이부진씨는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CEO가 됐다. 차녀 이서현씨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부사장ㆍ제일기획 기획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장남 이재용씨 역시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사장으로 CEO 반열에 올랐다.

이 회장의 라스베이거스 전자쇼 발언 후 5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심장병으로 쓰러져 지난 1년여 동안 의식을 잃은 채 투병하고 있다. 장남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인 리더로 부상한 가운데 삼성의 3세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42) 제일모직 사장도 각각 호텔ㆍ상사 부문과 패션ㆍ미디어 부문을 떠맡아 아버지 대신 경영에 물두하고 있다. 이들 3남매 중 이부진 사장에게 왜 ‘리틀 이건희’란 애칭이 붙었을까. 카리스마와 사업 추진력, 핵심을 파고드는 성격 등이 아버지 이건희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고상한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일에 대한 몰입도와 집중력이 높고 사업에 대한 야심도 큰 편이란 얘기다. 아버지 재임 중에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였지만 아버지가 쓰러진 후에는 경영보폭이 커진 것으로 비쳤다. 지난 2월 26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 아시아판은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이 사장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그의 ‘과감한 결단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의 면세사업 확대 과정을 보면 그같은 설명이 이해가 된다. 호텔신라는 호텔 사업과 면세점 사업을 양축으로 한다. 본업인 호텔업보다 면세점 사업 비중이 훨씬 크다. 면세점 사업 비중이 전체의 80~90%를 차지할 정도. 이 사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빅3’를 지향하며 국내외 면세점 확대를 꾀했다. 지난해 10월 마카오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올 3월에는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사업자인 미국 디패스(DFASS) 지분 44%를 1억500만 달러(약 1176억원)에 인수했다. 2011년 9월엔 자신의 주도로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뷔통을 유치했다.

결정판은 지난 4월 현대가家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잡고 재계 초미의 관심사인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나선 것. 현대의 용산 아이파크몰에 최소 1만2000㎡(약 3636평)의 매장을 갖추고 국내 최대 규모의 시내 면세점 합작법인(HDC신라면세점)을 세웠다. 새 사업권 확보를 위해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경쟁 관계였던 현대가와 손잡는 용단을 내린 것. 연간 5조원 상당에 이르는 서울 면세점 시장 선점을 위해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ㆍ한화ㆍSK네트웍스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벌고 있다.

그는 왜 ‘리틀 이건희’로 불리나 

본업인 호텔사업의 글로벌화와 다각화에도 열심이다. 지난 7일 호텔신라는 국내 첫 5성급 호텔로 선정돼 현판식을 가졌다. 호텔신라 측은 국내 호텔업 글로벌화에 역사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자평한다. 지난 40년간 무궁화 개수로 표시했던 호텔 등급을 당국이 별 기준으로 고친 것. 글로벌 신인도와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다. 호텔신라는 엄격한 심사 끝에 국내 처음으로 5성급 호텔로 선정됐다. 현판식에서 이 사장은 “대한민국 첫 5성 호텔로 선정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관광객 2000만명 시대에 부응하고 글로벌 호텔에 뒤지지 않는 고유의 호텔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호텔업 이익구조 개선을 위해 비즈니스호텔 출점 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브랜드는 ‘신라스테이’다. 2013년 경기도 동탄에서 출발해 그동안 서울 역삼동과 서대문, 제주도 등 4곳에 진출했다. 오는 9월 마포, 내년 초 광화문을 추가해 내년까지 모두 10개로 늘릴 계획. 그의 노력은 경영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호텔신라는 2013년 매출 2조2969억원에 영업이익 865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2조9089억원, 1389억원을 각각 올렸다. 2015년 1분기에도 매출 8285억, 영업이익 336억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그래픽 참조). 

 
삼성의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이 사장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도 주목거리다. 재계는 ‘이재용 시대’가 출범하더라도 그가 호텔과 상사부문을 키우며 그룹 내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이건희 삼성’ 승계 과정에서 이인희(한솔), 이명희(신세계) 계열이 분리된 경험에서 비롯된 전망이다. 최근 토마토CSR리서치센터란 곳에서 조사한 ‘2015 한국 재벌 명성지수’ 2ㆍ3세 부문에서 이 사장(15.27점)이 오빠 이재용(15.14점) 부회장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5월 7일 종가 기준 2조2296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해 국내 주식부호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보수로만 총 26억150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그는 대중의 평판이 좋은 편이고, 돈도 많다. 그러면서도 책임감이 투철하고 업무에 열정적이며 자신에게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호텔신라 상무 시절 출산 3일 만에 출근한 일, 올 3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주주총회에 나온 일화 등이 좋은 사례다. 

여행~면세~호텔 ‘사업 체인’ 구축할까

여성이어서 그런지 대중(여론)의 감정을 잘 읽는 센스가 있으며, 속내가 따뜻하고 사려 깊다는 얘기도 듣는다.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 시절 자신은 경영으로 평가받고 싶은데 언론은 왜 가십거리로만 다루려 하느냐며 아쉬워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공인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미 언론과 대중의 관심권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런 면에서 진행 중인 이혼 소송의 추이에도 관심이 간다. 재계는 그가 면세점과 호텔사업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업에 또다시 도전할 것으로 본다. 특히 여행~면세~호텔업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체인’ 구축에 관심이 많다고 들린다. 서비스업계의 삼성전자를 꿈꾸는 그가 과연 사업과 인생에서 공히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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