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 라이클 대표

잘나가는 언니들 파우치 속을 보고 싶은가. 그런데 포털사이트에 업로드돼 있는 수많은 정보는 믿을 수 없다고? 그러면 언니의 ‘파우치 앱’을 보면 된다. 남성의 차가운 머리로 만들어 냉정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꿰뚫는 앱이다. 이 앱을 만든 전지훈(31) 라이클 대표를 만났다.

▲ “업계를 선점할 수 있는 멋진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전지훈 라이클 대표(맨 뒷줄)가 스마트폰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지정훈 기자]
화장품 구매시 대부분의 여성은 포털 서비스의 리뷰를 살핀다. 잘나가는 파워블로거들이 공개하는 ‘파우치’도 참고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후기는 왠지 미심쩍다. 한달에 수백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제공받고 리뷰를 전문으로 쓰는 파워블로거가 적지 않아서다.  이런 고민을 날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언니의 파우치’다. 상업적 리뷰는 빼고 원하는 화장품 리뷰만 골라 볼 수 있다. 같은 피부타입(19ㆍ21ㆍ23호 등), 나이대(20ㆍ30ㆍ40대 등) 유저 리뷰도 선택해 볼 수 있다.

‘필터’ 기능에 ‘스크랩’ 기능까지 갖춘 그야말로 꿀앱이다.  이 앱을 만든 사람은 전지훈 라이클 대표. 30대 초반의 남성이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든 걸까. 전 대표는 평범한 대기업 사원이었다. 하지만 그의 안에선 창업 DNA가 꿈틀댔다. 입사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SPA 의류 브랜드를 만든 이유다. 1년 반 정도 몸담은 사업은 그럭저럭 잘 됐지만 전 대표는 만족하지 않았다. “의류사업 속성상 반복되는 사이클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사이클을 한번 돌아보니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의류사업을 하면서 홈페이지 등 기획업무와 자신의 DNA가 생각보다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래서 소개로 만난 마케터와 개발자와 돈(5000만원)을 모아 2011년 11월 IT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작은 춥고 배고팠다. “주차장을 개조한 사무실에서 일했는데 겨울에는 난방이 제대로 안됐어요. 10분 정도 난로에 손을 녹이고 다시 일하고를 반복했죠.”  창업 후 전 대표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용자의 반응을 살폈다. 그중 유독 반응이 좋은 커뮤니티는 ‘뷰티’였고, 이를 앱으로 옮긴 게 언니의 파우치다.

편견 없는 화장품 리뷰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프라이머로부터 투자를 받고 글로벌 시장형 창업 연구개발(R&D)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언니의 파우치는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서비스 론칭 1년 6개월여 만에 다운로드 건수는 약 90만건, 하루 이용자수(DAU)는 3만명 정도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편견 없는 정보를 제공해서다. “‘여자는 이럴 것이다’는 편견 없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성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보여준 게 적중한 것 같습니다.”

 
상업적인 글을 최대한 배제한 것도 성공의 이유다.  ‘수평적 기업 문화’도 성장 토대가 됐다. “우리 회사에는 직급이란 게 없습니다. ‘주요 마케팅 채널 관리’ 같은 업무도 인턴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합니다.” 언니의 파우치 최초 유저인 이곳 인턴들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면 개발자들이 곧바로 적용하는 식이다.  남은 숙제는 수익 창출이다. 전 대표는 화장품 판매 플랫폼 제공을 통한 수익 모델도 고려 중이다. 중국시장도 엿보고 있다.
 
“올 하반기 중국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앱의 언어를 바꾸고 K뷰티 정보를 추가해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중국 수혜로 화장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언니의 파우치의 가능성이 주목 받는 이유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