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관세의 경제학

지난 3월, 세계관세기구(WCO)에서 투표가 이뤄졌다. ‘갤럭시기어’가 무선통신기기인지 시계인지를 결정하는 투표였다. 그 결과, WCO품목분류위원회는 ‘갤럭시기어’의 정체성을 무선통신기기라고 정했다. 이에 따라 연 1300만 달러의 관세를 아낄 수 있게 됐다. 관세의 경제학, 알고 보면 흥미롭다.

▲ HS품목분류를 둘러싼 국가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HS 품목번호 6203.42-1000. 이는 청바지의 HS 번호다. 그렇다면 청바지에 붙는 관세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 청바지에 부과하는 관세의 기본 세율은 13%다. 하지만 미국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에서는 제품의 구분에 따라 무관세에서 16.6%의 관세를 부과한다. 유럽연합(EU)은 청바지에 0%의 관세를 부과한다. HS(Harmonized System)란 국제거래물품에 관세부과, 무역통계 등을 쉽게 하기 위해 개발된 분류 코드다.

관세는 주로 수입되는 물건에 붙는 세금이다. 이는 수입되는 제품에 세금을 매겨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많이 사용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HS코드 분류에 따라 수백억원의 관세가 왔다 갔다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근 HS품목분류를 둘러싼 국제분쟁 증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국제분쟁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은 국가 간의 무역거래에서 관세장벽을 허무는 협정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대국에 피해를 주거나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큰 보호무역조치 건수(누적)는 2009년 565건에서 지난해 말 4521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뤄진 자유무역 조치 1326건에 비해 3.4배 많은 수치다. 실제로 2013년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FTA 협상을 앞두고 EU가 미국산 청바지에 40%에 달하는 세금을 붙이면서 이른바 ‘청바지 전쟁’ 발생하기도 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국가간의 힘겨루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재품이 증가하면서 국가간 품목분류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2009년 독일을 상대로 한 DMB(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휴대전화와 GPS(위성항법장치)휴대전화 HS분쟁이다. 당시 독일은 DMB휴대전화를 TV로 분류해 14%의 관세를 부과했고 GPS휴대전화에는 3.7%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국내 업체가 2008년에 부담한 관세는 약 1400만 유로(당시 250억원)에 달했고 이를 해결하는 데 1년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런 HS품목분쟁은 IT 부분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게임 패드’가 HS품목분류상 중국으로의 수출이 불가능할 뻔했던 경우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게임기를 사행성 품목으로 분류해 수출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청이 품목분류상 무선원격조절기기로 분류된다는 논리와 근거를 제공해 해결했다.

지난 3월에는 세계관세기구(WCO)에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갤럭시기어’를 두고 무선통신기기인지 시계인지를 결정하는 투표가 이뤄졌다. WCO품목분류위원회 40개국 가운데 31개국이 무선통신기기라는 데 의견을 모았고 삼성은 한해 1300만 달러(약 150억원)가량의 관세를 아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런 HS품목분류를 둘러싼 분쟁이 증가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출품목 관련 분류 분쟁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HS품목분류 사례 등 보호무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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