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 팬오션 인수 괜찮나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팬오션 인수'가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팬오션을 인수하는 하림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자금이 부담인데다 해운업황의 반등 기미도 보이지 않아서다. 배도 안 떴는데, 경계경보가 울린 셈이다.

지난해 12월 17일. 하림 컨소시엄이 팬오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매입하는 내용이다. 닭 가공업체로 유명한 하림그룹이 물류운송기업 팬오션의 인수에 참여하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하림을 단순히 ‘닭 파는 회사’로 보면 곤란하다. 하림그룹은 계열사만 85개에 달한다. 계획대로 팬오션을 인수하면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어 내년 4월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편입될 수 있다.

하림이 팬오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곡물유통과 운송을 일원화하기 위해서다. 하림의 곡물판매 부문의 연 매출은 1조4000억원. 하지만 곡물운송은 외국 해운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팬오션은 벌크선 사업 부문에 특화돼 곡물 운송에 적합하다. 하림으로선 탐이 날 수밖에 없는 매물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다. 1조원에 이르는 팬오션의 몸값이 하림그룹에 부담이 될 거라는 거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림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금융권 전체 대출 금액의 0.075%(1조 2727억원)를 넘는 기업집단이 이에 해당한다. 이 계열에 선정되면 주채권은행이 직접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한다. 불합격할 경우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계열사를 매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팬오션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벌크선 시황이 깜깜해서다. 5월 20일 기준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606포인트. 호황이던 2008년 1만1793포인트에 비해 95%나 낮아진 수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항을 하느니 차라리 선박을 해체하는 게 나은 수준”이라며 “실제로 많은 선사들이 선박 운항 중단이나 폐선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BDI는 중국의 석탄 수입 감소 등으로 역대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팬오션의 원가경쟁력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영업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과정에도 걸림돌이 많다. 무엇보다 팬오션 소액주주들이 ‘난亂’을 준비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의 변경회생계획안에 ‘주식 20% 감자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이 6월 열리는 관계인집회에서 변경회생계획안을 부결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관계인집회가 부결되면 인수자인 하림그룹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의 팬오션 인수.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