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게 있다. “인맥이 많아야 성공할 수 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인맥은 성공의 불쏘시개일 수도, 패망의 도화선일 수도 있다. 기업 CEO가 인맥이 아닌 합리적 경영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골프

▲ 인맥경영처럼 리스크가 큰 경영전략은 없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스타일이 각양각색인 것처럼 경영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스타일, 다시 말해 살아온 배경ㆍ구미ㆍ성향ㆍ취미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래서 경영에 있어 정형화된 바이블은 없다. 프리한 게 경영의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이다. 화려한 외양을 뽐내는 확장경영, 불필요한 비용을 허용하지 않는 내실경영, 재무안전성에 초점을 맞추는 재무경영, 다른 업종과의 시너지를 꾀하는 연계경영, 아웃소싱을 위주로 하는 외주경영, 사람과의 친교를 두텁게 하는 인맥경영 등으로 말이다. 이 가운데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경험상 가장 위험한 스타일은 ‘인맥경영’이다.

인맥경영은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특효약처럼 인식된다. 그래서 CEO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다. 어지간한 대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사업에 필요한 인맥이 대부분 정부 관료, 정치권 인사, 법조인이기 때문에 이들을 관리하려면 어마어마한 현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서다. 더구나 이들에게 사정司正의 총구가 겨냥되면 그 유탄이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대기업 상당수는 인맥경영을 통해 불꽃처럼 일어났다. 또한 그 불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돈다발을 뿔소시개로 찔러넣었다. 그렇게 곡예와 같은 밧줄을 타다가 인맥이 쓰러지면 기업 총수는 ‘사정기관의 담장’을 넘는다. 필자가 근무했던 기업도 대통령의 총애로 컸지만 대통령의 미움을 사 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故 성완종 경남그룹 전 회장도 ‘인맥경영’에 집착한 게 화근이었다고 본다. 그가 창업한 대아건설을 그런 방식으로 키웠고, 경남기업도 그런 식으로 성장시켰다. 2006년, 미국 벡텔이 이라크 복구공사를 맡았다. 필자는 당시 미국 벡텔의 고문 대리인으로 한국건설회사를 선정하는 컨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경남기업을 접촉했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은 공사내역보다 벡텔의 인맥관리에만 초점을 두는 것 같아 필자가 멀리한 기억이 있다.

중국의 한 고사를 보자. 여기 진시황을 왕위에 앉히고 중국 천하통일을 도모하게 만든 사람이 있다. 장사치 ‘여불위’다. 그는 천하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산 후 귀한 지역에 팔아 큰 이문을 남겨 돈을 벌었다. 그런 여불위가 마지막에 했던 게 인맥경영이었다. 그는 조나라에 인질로 와 있던 진나라 왕자 자초를 위해 엄청난 돈을 조나라와 진나라 실력자들에게 뿌려 자기사람으로 만들었고, 이를 통해 자초를 진나라 왕위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여불위는 선조 때부터 내려온 가훈을 항상 가슴속에 새겼는데 다음과 같다. “농사를 지으면 2배 이문을 남기고 장사를 하면 10배 이문을 남기지만 사람에 투자하면 100배의 이문을 남길 것이다.” 여불위의 계산대로 자초의 아들은 진시황이 됐고, 천하까지 통일했다. 그러나 여불위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인맥경영은 시작은 화려할 수 있지만 말로는 비참할 공산이 크다. 시한폭탄 같은 인맥 쌓기보다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게 CEO의 자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여불위’의 죽음이 주는 교훈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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