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브랜드 재건에 전력 “뿌리사업부터 바로 세우겠다”
시계브랜드 재건에 전력 “뿌리사업부터 바로 세우겠다”
  • 성태원 대기자
  • 호수 144
  • 승인 2015.06.0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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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경영 복귀한 김기문 로만손 회장

▲ 김기문 로만손 회장이“로만손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뉴시스]
김기문(60) 로만손 회장이 시계사업 재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8년간의 중소기업중앙회장 자리를 넘겨주고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지 3개월. 20년 경력의 시계 사업자인 그는 매달 해외출장에 나서는 등 추락한 시계사업 부활을 꾀하고 있다. 단체장이나 정치보다 회사 경영을 더 재밌어 하는 그는 타고난 ‘중소기업인’인 것 같다. 요즘 시계·주얼리·핸드백에 이어 화장품·의류·서울시내 면세점까지 넘보고 있다.

“올해는 시계 사업에 집중해 ‘로만손’이라는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김기문 회장은 회사 경영에 복귀한 후 이같은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손목시계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그에게 로만손 시계의 수출 부진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토종 시계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넘나들었던 자부심에도 상처가 났다. 도대체 로만손 시계 사업이 어떻길래 그럴까. 지난 3년간 수출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223억원에서 2012년 202억원, 2013년 169억원, 2014년 108억원으로 3년 만에 반 이상 추락했다. 내수가 꾸준히 늘어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난해엔 내수(168억원)가 수출을 앞지를 정도로 선방했다. 그래도 지난해 시계 사업은 전체 매출(1583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선으로 떨어졌고, 43억원의 적자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주얼리와 핸드백 사업 매출은 2011년 731억원(매출 비중 70%)에서 2014년 1307억원(83%)으로 성장했다. 이 두 부문의 외형은 3년 만에 약 79%나 늘어났다.  1988년 창업 당시는 시계 사업이 핵심이었는데 지금은 시계·주얼리·핸드백 등 3개 사업군 중 모태인 시계 사업 실적이 가장 저조하다.

 
김 회장은 “내가 현업을 떠나 있는 동안 중동 실적이 야금야금 떨어졌고, 경쟁력도 내려갔다”고 밝혔다. 로만손의 뿌리인 시계 사업 위상이 수출 부진으로 크게 흔들렸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장직 수행 중에도 부진한 로만손 시계 사업이 그의 마음에 걸렸을 것 같다.  하지만 로만손에 신경 쓰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중앙회장이 330만 중소기업을 이끄는 수장자리이기 때문. ‘중통령(중소기업대통령)’이란 얘기를 들으며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4대 경제단체장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로만손으로 돌아온 창업자 김 회장의 사업 본색이 이를 좌시할 리 없었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시계 수출 재건이란 숙제에 매달렸다. 매달 해외 시장을 둘러보며 제품 트렌드를 읽고 신상품 구상을 다지고 있다. 중동·러시아 등 사업 초창기 뻔질나게 드나들며 닦아 두었던 시장을 다시 살릴 생각이다. 이들 지역은 유가 하락 영향으로 타격이 커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중국·동남아 등 새로 떠오르는 시장은 적극적으로 붙잡으려 한다.

복귀 첫 달인 3월에는 스위스 바젤 시계전시회를 보고 왔다.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 시장을 방문했다. 5월 말에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미얀마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일주일 동안 둘러봤다. 6월에는 러시아와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을 찾을 계획. 중동 현지 바이어들을 다시 만나서는 성과도 얻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서 각각 200만달러, 500만달러 수출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 공항 면세점에 상반기 입점을 앞두게 됐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구두가 닳도록 시계만 보고 다닌다. 몰입해서 다니다보면 새로운 트렌드를 읽게 된다”고 말했다. 로만손 성장의 초석이 됐던 커팅글라스 시계와 이온도금 시계에 이은 세번째 히트작 구상에도 몰두하고 있다. 커팅글라스 시계는 표면을 보석처럼 가공한 제품이고, 이온도금 시계는 표면이 긁히지 않도록 한 제품이다.

회사 복귀 후 그는 몇가지 정지整地작업을 했다. 창업 오너인 자신의 경영공백으로 느슨해진 조직을 추스르는 일부터 했다. “회사 전체적으로 긴장감 없이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창업 오너가 책임지고 결정을 내릴 부분이 있는데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중앙회장 시절 경영을 맡겼던 동생 김기석 사장이 주도해온 주얼리·핸드백 부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영업·마케팅 등을 그가 계속 맡도록 했다. 자신은 지역별 바이어 점검·재편, 인력 재배치·업무 효율화 등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를 위해 복귀 직전이던 지난 2월 김기문·김기석 공동대표체제를 김기석 단독대표체제로 바꾸기도 했다. 이때 김 회장의 ‘정계진출설’이 무성했다.
 
그는 “중요한 건 주주 이익을 지키고 회사 운영을 잘하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8년간 비웠는데 결정권자가 둘이면 직원이나 주주들이 불안해할 것 같아 그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충북지사 출마설, 총선출마설 등을 접해온 그였다. 중앙회장 퇴임을 앞두고 여러 번 정계가 아닌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는 게 그의 공식 입장이었다. 역대 중앙회장 출신 11명 중 7명이 정치권에 몸담은 역사 때문에 그런 시각을 피하기 힘들었다. 재계는 아직도 그가 기회가 닿으면 정계로 갈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회사 대표를 동생 단독체제로 바꾼 것은 향후 운신을 편하게 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란 분석이 그래서 나왔다. 그는 “현업으로 돌아오니까 매우 좋다.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면서 “직원들도 나한테 깨질 때는 깨지더라도 업무가 팍팍 돌아가고 시원스럽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정계 입문설이 파다하지만 “정치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는 게 그의 공식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김 회장은 화장품과 의류사업, 서울시내 면세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글로벌 종합 패션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우선 상반기 중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 그는 “완성도 100%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 지난해부터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순차적으로 의류사업에도 나설 방침이다. 재계 초미의 관심사로 7월 중 선정을 앞둔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에도 도전장을 냈다. 관광객이 몰리는 인사동에서 중소·중견기업 면세품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중앙회장 재임 8년 동안 그는 중소기업 정책 면에서 많은 실적을 남겼다. 경제민주화 의제 확산을 통해 중소기업 위상을 높였다. 손톱 밑 가시, 경제민주화, 경제 3불(거래불공정·시장불균형·제도불합리) 등을 공론화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중소기업 적합 업종,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등도 그가 주도해서 도입된 제도들이다. 2007년 1억원이었던 중소기업 가업상속공제한도를 500억원으로 늘린 데에도 그의 역할이 컸다. 그의 ‘시계사랑’은 유별나다. 시계업체 창업자라 그럴 것이다. 중앙회의 각종 기념품에 시계가 빠지지 않았고, 외부 인사나 직원 선물로도 쓰였다. 2012년 옛 서울시청 건물 시계를 스위스 ‘스와치’에서 토종 ‘로만손‘으로 바꾼 건 유명한 일화다. 나라 차원의 주목을 받는 경제 4단체장에서 개별 중소기업자로 복귀해 유감없이 일선을 뛰고 있는 그의 시계 사랑이 다시 만개하기를 기대해 본다.
성태원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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