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 확대의 득과 실

금융당국이 침체에 빠진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15%였던 가격제한폭을 30%로 확대했다. 1만원짜리 주식의 하루 최대 상승치가 1만15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락 손실의 규모가 1500원에서 3000원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 국내 주식시장의 상‧하한 가격제한폭이 6월 15일부터 30%로 확대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침체에 빠진 국내 주시시장의 활성화 방안으로 정부가 가격제한폭 확대 카드를 빼들었다. 금융위원회가 5월 19일 ‘증권•파생상품 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6월 15일부터 기존 상ㆍ하한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가격제한폭 확대를 통해 투자자의 시장참여가 늘어나고 유동성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른바 ‘작전세력’의 불공정거래행위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격제한폭 확대가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서는 가격제한폭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주식시장의 성숙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역사가 짧은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가격제한폭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식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졌다고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각종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종목으로 테마주가 형성되고 기업의 모멘텀보다는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주가가 변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외국인 투자가가 보유한 상장주식의 규모는 470조9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0.7 %를 차지하고 있다.

가격제한폭 확대의 부작용

특히 단기 투자에 익숙한 국내 증시에서 가격제한폭 상승이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는 대형주의 경우 6개월 소형주의 경우 3개월 안팎을 적정한 투자기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격제한폭이 확대될 경우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단기 수익에 치중한 투자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노리는 거래량 증가의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 국내 증시의 거래 제한 폭이 확대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5년 3월까지는 기준 가격대를 17단계로 구분해 2.2~6.7%의 가격제한폭을 적용하는 정액제를 사용했다. 

 
이후 1995년 4월부터 6%의 가격 제한폭이 도입됐고 1996년 11월 8%, 1998년 3월 12%, 1998년 12월 15% 등으로 확대했다. 당시 금융당국도 지금과 같이 가격제한폭을 확대 이후 단계적 확대 계획도 발표했지만 거래량 증가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속적인 가격 제한폭 확대가 진행된 1995~1998년은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래대금이나 회전율이 증가세를 보인 건 사실”이다며 ”하지만 실제 가격 제한폭 인상이 이뤄진 시점을 전후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찾아보긴 힘들다“고 전했다.

이는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병현 연구원은 “2010년 일본은 당시 평균 18% 수준이었던 가격 제한폭을 평균 22%로 확대했다”며 “가격 제한폭 확대에도 확대 시점을 전후로 증기 거래와 관련한 변화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기관ㆍ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기업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가격제한폭이 확대될 경우 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있는 개인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단순계산으로 이틀이면 주가가 절반으로 떨어질 수 있어 개인투자자의 투자 리스크 증가도 우려된다. 물론 가격제한폭 확대로 작전세력의 불공정행위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

주가조작을 위해 필요한 주식의 수와 자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를 노리는 작전 세력은 더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 중소형주의 급등락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작전세력이 개입할 여지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국내 증시에서 상ㆍ하한가를 기록하는 종목의 90%는 중소형주가 차지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소형주의 경우 긍정적 이슈에 따른 상승폭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상승폭만큼 하락폭이 크다는 뜻으로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제한폭 확대로 시세조정이 어려워져 불공정행위가 줄어들 수는 있다”며 “하지만 가격제한폭 확대가 주가하락을 부추기는 공매도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여전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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