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제

▲ 청년실업 문제가 폭발직전이다. 대책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청년실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왜 가장 큰 사회 문제의 하나로 비화하고 있을까. 내년부터 법에 의해 정년이 현재의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저성장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정년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면 신규채용을 줄일 게 뻔하다. 소위 ‘청년고용 절벽(일자리 급감)’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서울 시내에 최근 이런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책이나 연극 홍보가 아니다. 모 국회의원이 이런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연다는 플래카드다. 문구만 봐도 청년들의 삶이 심상찮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핵심은 ‘청년실업’이다. 죽어라 공부해 봤자 도무지 ‘일자리’가 없다. 인생 자체에 희망이 안 보일 정도다. 청년(15~29세)이란 기성세대로 편입되기 직전의 인간 새싹들이다. 새로 싹을 피우지 못하니, 어찌 줄기나 잎이 나며, 꽃을 피울 수 있단 말인가.

최근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 3명(29~33세)이 동반 자살해 충격을 줬다. 두 사람은 12층에서 투신했고, 한 사람은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던 이들은 자살 직전에 “사는 게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두 명은 몇 달 전, 한 명은 최근 실직해 낙담이 컸던 것 같다”고 밝혔다. 청년실업의 고통을 극명하게 보여준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의 자조감自嘲感은 극에 달해 있다. 일자리가 없다보니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다는 소위 ‘삼포 세대’란 말이 나온 지는 제법 됐다. 요즘엔 연애ㆍ결혼ㆍ출산ㆍ집장만ㆍ꿈ㆍ희망ㆍ대인관계까지 포기한 ‘칠포 세대’라는 조어까지 나왔다.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인 ‘청년실신’, 인문대 졸업생 90%는 논다는 ‘인구론’ 등의 자조적인 말도 등장했다.

청년실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왜 가장 큰 사회 문제의 하나로 비화飛火하고 있을까. 내년부터 법에 의해 정년이 현재의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되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은 내년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먼저 시행된다. 2017년부터는 전 사업장과 공무원으로 확대된다. 안 그래도 저성장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정년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면 신규채용을 줄일 게 뻔하다. 소위 ‘청년고용 절벽(일자리 급감)’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정년연장을 법제화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결과다. 하고 싶어도 노조나 기업, 기성세대의 양보를 이끌어낼 만한 사회적 장치가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명목 청년실업률은 10.2%로 전체 실업률(3.9%)의 3배에 가깝다. 1999년 청년실업률 집계 이후로는 최고다. 문제는 체감 청년실업률이 30%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이다. 전경련 조사 결과 30대 기업들이 올 신규채용을 6% 정도 줄일 방침이다. 경총은 대졸 취업문이 지원자 100명 중 단 3명에게만 열려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청년 취업난’이 ‘청년 실업대란’으로 번질 조짐이란 얘기다. 청년 실업의 외견상 이유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기업투자 기피다. 청년층의 높은 대학 진학률, 대기업 쏠림현상, 제조업 기피 현상 등도 사태 악화를 촉진했다.

상황은 이렇게 심각한데 대책은 잘 안 보인다. 정부와 한은이 공공기관과 은행권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면서 기성세대의 양보를 촉구하고 나선 정도다. 임금피크제가 전면 도입되지 못할 경우 10%대인 명목 청년실업률은 단숨에 16%대로 뛴다. 일자리를 원하지만 취업을 못하는 청년이 45만명(4월 기준)에서 73만명으로 늘어난다. 일자리를 놓고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경쟁하는 소위 세대갈등이 현실화됐다. 청년 실업은 이제 경제 문제를 떠나 정치ㆍ사회 문제로 비화한 느낌이 짙다. 그들이 도서관을 버리고 길거리 시위장으로 쏟아져 나올까봐 심히 걱정된다. 그래도 노조나 기업, 국회 등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행정이나 정치, 경제에는 미래가 없다. 노조, 기업, 국회 등 관계 기관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우열 건국대 경영대 겸임교수 ivenc@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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